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익선동, 대전 소제동, 창신동 등 손만 댔다 하면 명소를 만들어낸 공간 디벨로퍼 업체가 있다. 바로 ‘글로우서울’이다. 경영 전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글로우서울의 노하우를 집중 분석했는데, 통념에서 벗어나는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건축 업계에서 특히 참고할만한 포인트가 많아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우서울은 공간 개발을 할 때 평면도부터 그리지 않았다. 공간 디자인은 당연히 평면도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지만, 글로우서울은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공간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먼저 스케치했다. 그리고 평면도는 맨 마지막으로 그렸다고 한다.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는 “건축물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건 신과 건축사 밖에 없다. 그 누구도 건물을 수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종횡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객의 시선에서 어떻게 공간이 보일 것인지가 평면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철학이다.

글로우서울의 또 다른 노하우는 ‘피크-엔드(peak-end) 법칙’으로 요약된다. 매장의 중앙이 피크이고 출입구가 엔드다. 즉, 매장 중앙과 출입구가 고객 경험을 결정하기 때문에 피크와 엔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우서울은 매장 중앙에 반드시 눈길을 끄는 오브제를 넣고, 출입구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독특하게 설계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거리 전경
서울 종로구 익선동 거리 전경

‘6대4 법칙’도 흥미롭다. 전체 매장 면적의 60%만 영업 공간으로 쓰고 40%는 영업 목적이 아닌 다른 콘텐츠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법칙이다. 40%의 여백이 나머지 영업공간 60%의 가치를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매장 중앙에 핵심 콘텐츠가 놓이면 나머지 공간 어디에서도 볼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영업공간의 가치가 향상된다. 중앙 콘텐츠가 없으면 창가자리 등 선호 좌석과 비선호 좌석이 생겨 오히려 비효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당장 매출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이 많기 때문에 40%를 아예 법칙으로 만들었다. 

글로우서울은 의도적으로 사진 찍기 좋은(인스타그래머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지양한다. 즉, 별도의 포토존을 절대 만들지 않는다. 특정 공간을 포토존을 만들면 적은 제작비로 손쉽게 사진거리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공간에 머무는 내내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기는 힘들게 된다. 그래서 글로우서울은 어느 각도에서 어느 장면을 봐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입체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들이 머무는 동안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글로우서울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공간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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