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준 변호사
송봉준 변호사

약 2년 전 강릉시 ‘테라로사’ 커피숍의 디자인(외형 설계)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모방한 건축사에 대하여 5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뜻하고, 여기서 ‘창작물’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는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건축저작물은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순수 미적인 저작물이 아니고, 사람들이 사용하기 위한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계단을 설계한다면 기본적인 계단의 모양은 같을 수밖에 없고, 싱크대의 모양 등도 기본적으로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되는 범위 내에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이 있을 수가 있는바, 이러한 독창성이 인정되는 부분을 무단으로 모방하면 저작권법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작물이 창작되어 표현되면, 굳이 저작권으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 그 물건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도로를 달리다가, 길을 가다가, 다른 건물을 둘러보시다가, 어떠한 건축물의 외관이나 또는 건물 내부 구조의 독창적인 부분을 보고 ‘아 참 좋구나, 나도 추후 비슷한 건물을 설계할 일이 생기면 참고하면 좋겠다’라고 하시는 경우에도 한 번 정도는 혹시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건축사님들이 접하실 설계에 관한 저작권 문제는 위와 같은 경우에도 발생하지만, 설계계약과 관련하여 더 자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본 변호사가 자주 언급하는 것이 ‘표준계약서’인데, 여러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표준계약서’는 건축주, 즉 설계발주자와 설계자(건축사 개인이건 법인이건)의 이해를 나름 공평하게 조정하여 제시된 것입니다. 이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제18조에서 “이 계약과 관련한 설계도서의 저작권은 ‘을(건축사)’에게 귀속되며 ‘갑’은 ‘을’의 서면동의 없이 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우선 원만히 설계계약이 완수되고 대금이 지급되면, 발주자는 이 도면을 건축사로부터 받아서 세움터에 신고도 하고 시공사에게 전달하여 건축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해당 건축물을 건축하는 과정에서는 건축주가 얼마든지 이 설계도라는 저작물을 이용할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설계대금을 모두 지급한 건축주라고 하더라도, 해당 건물을 건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를 들어, 옆에 대지 소유자에게 이 설계도를 주면서 ‘이번에 내가 이 도면으로 신축하였는데, 참 예쁘니 당신도 이용해 보라’는 식으로 전달하는 것은 위 계약에도 위반하고 저작권법에도 위반하는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좀 더 복잡한 문제는 왕왕 일어나는 설계 작업 중 중도타절이 있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 중도타절하기까지의 설계도는 건축주가 건축사에게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대금을 주어야 하는 것의 대가관계로 건축주가 당연히 이를 해당 건축을 위해 이용할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물론 해당 건물의 건축에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건물의 건축에 사용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법입니다. 하지만, 건축주가 중도타절시까지의 설계된 부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그 때까지의 설계도서를 넘겨받은 다음, 이를 다른 건축사에게 주면서 이어서 도면을 완성하라고 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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