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준 변호사_법무법인(유한) 바른
송봉준 변호사_법무법인(유한) 바른

건축사 업무도 영업의 일종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많은 다툼이 일어납니다. 건축주 등 발주자와 사이에서도 분쟁이 있고, 인허가 관청의 직원들과 사이에서도 다툼이 있습니다. 심지어 동업을 하는 한 건축사 사무실 내에서도 분쟁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분쟁들이 다 법적 소송으로 비화되는 것은 아니고, 많은 분쟁이 소송으로 가기 전에 관련자들의 합리적인 계산과 양보를 바탕으로 해결되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이 크고 책임 소재 등에 대해 다툼이 큰 경우에는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많은 건축사님들이 이러한 경우, 증거의 수집 문제로 고민을 하십니다. 법정으로 가거나, 법정으로 가기 전에 상대방과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증거는 다양한 형식으로 수집될 수 있습니다. 주고받은 이메일, 카톡, 문자 메시지, 사진이나 동영상은 훌륭한 증거가 됩니다. 서명 또는 날인을 한 계약서 등 각종 서면은 매우 강력한 증거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서류에 강력한 증거력을 부여하고 있어서, 계약서 등 자신이 서명 또는 날인한 서면에 기재된 내용, 그 내용에서 통상적인 문법과 어법에 따라 읽혀지는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여, 계약서 등 그동안의 교섭 과정이 녹아든 최종 서면을 작성하실 때에는 매우 신중하셔야 합니다.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꼼꼼하고 자세히 기재하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서로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가지면서도, 반드시 해당 사안이 분쟁으로 비화된다는 것은 아니기에, 일단 서로 일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특정 사항에 대한 문구를 두루뭉술하게 작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 전화통화 녹음이나 커피숍이나 사무실에서의 대화 녹음도 훌륭한 증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등 몇몇 나라와 달리) 대화 상대방에게 녹음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도 녹음을 하는 사람이 그 대화 당사자의 일원인 경우에는 적법하게 보고 있고, 그 녹음의 증거능력도 인정해 줍니다. 유의하실 것은 자신이 대화나 통화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대화 당사자들 몰래 그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이른바 ‘도청’에 해당하여 중대한 형사처벌 대상이고, 그 녹음은 증거로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유선 전화기 속에 감청장치를 부착하여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 또는 사무실 테이블 밑에 도청기를 장착해 두고, 자신은 대화에 끼지 않고 밖에 있으면서 사무실 테이블에 모여 앉아 대화하는 사람들의 말을 녹음하는 행위 등이 도청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증거라는 것도 all or nothing과 같이 ‘100% 그 증거만으로 입증이 끝난다’ 또는 ‘위와 같은 서류나 문자메시지, 녹음 등이 없으니 전혀 0% 입증이 없다’라는 식의 극단적 평가만을 받는 것은 아니고, 억울한데 증거가 부족한 경우 여러 가지 정황 등 간접적인 사실을 통해 입증을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고, 이와 같은 역할이 변호사의 몫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간접적인 사실을 통해 입증받는 것은 어렵고도 먼 길이기에 평소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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