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 현실 속 사물 쌍둥이 만드는 기술

현장 가지 않고도 공간감 거의 100% 느낄 수 있어

정림건축, 대표건축물 아카이빙 서비스 추진

삼우건축,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 및 다양한 분야 적용 계획

티랩스의 실사 기술로 재현한 종로구 한옥공유주택. 이렇게 실사작업을 통해 리모델링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거나, 직접 현장을 찾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서로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자료 = 티랩스)
티랩스의 실사 기술로 재현한 종로구 한옥공유주택. 이렇게 실사작업을 통해 리모델링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거나, 직접 현장을 찾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서로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자료 = 티랩스)

건축사업계에도 ‘디지털트윈’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였던 디지털트윈 개념이 건축 분야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란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가상으로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실제 공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실제 건축물을 찾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고도의 공간 실사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트윈을 통해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도 현장의 공간감을 실제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느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직 디지털트윈 기술이 건축물 설계나 시공 과정에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존 건축물을 아카이빙 하거나 작업 시 협업 툴로 이용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전주 서문교회 (사진=(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전주 서문교회 (사진=(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는 가상현실(메타버스) 전문기업 티랩스(대표 도락주·황병구)와 손잡고 정림건축의 대표적 건축유산을 실사 메타버스 공간에 첨단방식으로 구축하는 아카이빙 서비스를 위해 전략적 사업제휴를 진행한다.

정림건축과 티랩스가 손잡고 아카이빙에 나선 첫 건축물은 정림건축 창업주 고 김정철 건축사의 대표작 ‘전주 서문교회’다. 전주 서문교회 디지털트윈은 올해 9월 창업주 故 김정철 건축사 12주기를 맞아 준비 중인 ‘정림 메타버스 누리집’을 통해 구현될 예정이다. 이어 내년 봄에는 舊 외환은행 본점 건물(現 하나은행 명동사옥)도 디지털트윈으로 다시 태어난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도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연구 중이다. 작년 창립 45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스페이셜을 활용, 여러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바 있다. 

탄소 제로를 주제로 한 삼우건축 스페이셜 전시 ‘Carbon Tomorrow’, 목재 건축 구조 개념 제안 (사내에서 진행된 목재 건축 구조 연구를 메타버스 전시 공간으로 확장, 2021)
탄소 제로를 주제로 한 삼우건축 스페이셜 전시 ‘Carbon Tomorrow’, 목재 건축 구조 개념 제안 (사내에서 진행된 목재 건축 구조 연구를 메타버스 전시 공간으로 확장, 2021)

삼우건축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구성원들이 한 곳에 모이지 않아도 공유된 가상현실을 통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랩스 황병구 대표는 “디지털트윈 기술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소요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며 “건축물 시공 시 주기마다 공정 상황을 풀3D로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며, 인테리어·리모델링의 경우 시공 전과 후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티랩스는 독자적으로 보유한 실내공간 스캔기술을 바탕으로 실사 메타버스 기술과 시범사업 경험을 정림건축에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의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 인프라 구축 등으로 사업 협력을 적극 진행할 계획이다.

정림 건축유산 아카이빙 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장혜인 핵심가치실 AD2는 “이번 사업 추진이 ‘건축’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우건축 권준우 DT추진단 파트장은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자산 또는 환경을 디지털로 재현하여 현실세계를 효율화·최적화 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설계→시공→운영→재사용’에 이르는 수명주기 전 단계의 실시간 정보모델을 작성해 이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권준우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DT추진단 파트장

권준우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DT추진단 파트장
권준우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DT추진단 파트장

Q.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추진하는 메타버스 스페이셜(Spatial) 플랫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최근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배경에서 공간을 디자인을 하는 건축회사로서 차세대 공간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삼우건축은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더 나은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작년에 Spatial이라는 메타버스 제작 플랫폼을 이용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능과 그 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시험해보았는데요. 실제 공간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가상의 공간에서 건축 디자인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러한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 지와 같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삼우건축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Q. 삼우건축이 디지털트윈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 현재까지의 관련 사업 진행상황이 어떻습니까? 

A.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 등으로 기존의 업무방식이 달라진 환경을 개선하고자 다양한 기술에 대한 검토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동시에 사회, 경제, 문화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까지 확장되어 ‘디지털트윈’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업무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발굴을 통해 사내 업무환경을 전환하여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며, 나아가 본래 설계 업무에서도 기존의 BIM설계에 더하여, 디지털 트윈 요소기술을 활용해 완성도 높은 성과물을 도출하는데 활용할 예정입니다.

Q. 아무래도 건축사들의 관심은 실제 설계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요. 디지털트윈 기술과 결합한 건축설계는 어떻게 달라질지 대략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로비 디지털 트윈 실증 프로젝트(DT 요소기술을 활용한 BIM 역설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로비 디지털 트윈 실증 프로젝트(DT 요소기술을 활용한 BIM 역설계)

A.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자산 또는 환경을 디지털로 재현하여 현실세계를 효율화·최적화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는 설계~시공~운영~재사용에 이르는 수명주기 전 단계의 실시간 정보모델을 작성하고 각 단계별 데이터가 정확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구축하여, 향후 수명이 다한 건물이 새로운 설계단계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황병구 ㈜티랩스 공동대표

황병구 (주)티랩스 대표
황병구 (주)티랩스 대표

Q. 티랩스의 ‘TeeVR’기술을 간단히 이야기해 주신다면?

A. 3차원 구조물이 가진 입체형상 정보와 실사이미지 정보를 디지털로 융합한 3차원 모델링 기술입니다. 지금까지 형상정보는 점군데이터(PCD)로, 이미지 정보는 2차원 파노라마/360 사진으로 별개로 존재했는데 이 두 가지를 정확한 측위로 이음새나 오차 없이 결합해서 보여주는 세계최초 특허기술입니다.

Q. 말 그대로 가상공간에 ‘쌍둥이’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이야기인데요. 3차원 공간을 그대로 스캔한다는 것이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A. 온전한 디지털트윈은 그 기능성까지도 담보해야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이 기능구현 분야의 연구는 용도에 따라 아주 다양해서 별도의 트랙이고, 저희 기술의 고유성은 그 기능이 구현되는 공간정보를 실제와 동일한 스케일과 시각적 체감으로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정림건축의 대표적인 건축 유산을 실사해 아카이빙 하는 업무 협약을 맺으셨는데요. 어떤 건축물들이 대상이며 현재 진척 사항은 어느 정도이지요? 

(구)외환은행 본점(사진=㈜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구)외환은행 본점(사진=㈜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A. 일단 역사적으로 의미 있으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고 수상내역까지 있는 건축물들이 대상입니다. 차례차례 진행될 계획인데요. 우선은 전주의 서문교회를 시작으로 외환은행 본관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기대하기는 보안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상암월드컵경기장이나 인천국제공항, 최근 개방한 청와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Q. 아카이빙 이외 건축분야와의 다른 협업 가능성이 있을지요?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은 2020년 한국문화의 달 및 한인이주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전통탈 온라인 전시회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개최했다. 티랩스의 기술력으로 메타버스에 구현된 전시공간 (자료=티랩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은 2020년 한국문화의 달 및 한인이주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전통탈 온라인 전시회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개최했다. 티랩스의 기술력으로 메타버스에 구현된 전시공간 (자료=티랩스)

지금까지는 건축공정에 대한 기록을 사진이나 측량정보로만 보존했었는데, 저희 기술이 적용된다면 일정한 주기(1주, 1달 등)마다 공정상황을 풀3D로 기록을 남길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인테리어·리모델링의 경우 시공 전과 후 모습을 비교한다거나, 시공에 발견된 문제점을 실제 가상현장에 모여서 건축사, 건축주, 시공사 관계자가 상의하는 서비스로 가능합니다. 아울러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의 대피훈련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도 연동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장혜인 ㈜정림건축 핵심가치실 AD2

장혜인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핵심가치실 AD2
장혜인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핵심가치실 AD2

Q. 정림건축이 티랩스와 함께 건축유산 아카이빙 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A. 정림건축은 그동안 정림이 만들어 낸 건축물이 우리 사회 모두의 유산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설명해 주신다면?

황병구 티랩스 대표(왼쪽)와 김기한 정림건축 대표가 지난 2월 14일 고려대학교 실제 공간을 재현한 가상공간에 마련된 협약식장에서 ‘건축설계유산 메타버스 아카이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티랩스)
황병구 티랩스 대표(왼쪽)와 김기한 정림건축 대표가 지난 2월 14일 고려대학교 실제 공간을 재현한 가상공간에 마련된 협약식장에서 ‘건축설계유산 메타버스 아카이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티랩스)

A.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아카이빙’ 의미 그대로 건축 유산을 기록하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사진·도면 등 2차원으로만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디지털트윈으로 특정 시점의 모습을 그대로 남길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큽니다. 또 정기적으로 실사작업을 한다면 시기마다 건축물의 미세한 변화도 함께 기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홍보’의 의미입니다. 디지털트윈으로 저희 건축유산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으며, 지금까지 건축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들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바로 건축물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되면서 ‘건축’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으로 봅니다.

Q. 향후 계획이 듣고 싶습니다.

A, 오는 9월 故 김정철 건축사님 12주기를 맞아 전주서문교회 디지털트윈이 공개됩니다. 이어 내년 초에는 외환은행 본점(現 하나은행 명동사옥) 공개가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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