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어원은 라틴어인 ‘호스피탈레(Hospitale)’로 순례자 또는 참배자의 숙소를 뜻했다. 이 단어는 이후 ‘여행자의 숙소 또는 병자나 고아, 노인을 쉬게하는 병원Hospital’과 호스텔Hostel을 거쳐 ‘숙소와 식음료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호텔Hotel’로 분화하였다. 호텔은 산업혁명 이후 인구의 도시 집중과 교통의 발달로 상업을 위한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불과 200여 년 전 생겨났고, 미국은 서부영화의 단골 총격장소로 등장하는 소규모호텔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의 최초호텔은 인천의 대불호텔이며, 1902년 러시아공사 웨베르의 처형인 손탁이 지은 손탁호텔은 민황후의 후광으로 15년간 사교의 장이 되었다. 이후 조선, 반도호텔로 이어지면서 1970년대 후반에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리조트호텔과 콘도미니엄시대가 열렸다. ▲대형여객기의 등장은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 놓았고, 호텔도 숙박목적에 따라 컨벤셔널, 커머셜, 리조트, 카지노, 레지덴셜, 콘도, 가족호텔 등으로 다기화 하였으며, 두바이의 돛단배 형태 버즈 알 아랍호텔처럼 건물자체가 관광지가 될 정도로 진화하였다. ▲최근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에 인접한 옛 미대사관직원숙소 부지에 건축허가를 신청한 한옥호텔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판사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양측에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보건법상 경계선직선거리 200m내에서는 여인숙, 여관, 호텔 등이 금지시설로 되어있어 관할교육청의 동의가 필요한바, 이를 부동의 처리하자 대한항공은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패한 후 항소한 것이다. 배치도를 보면 한옥의 전통호텔과 양식호텔, 갤러리전시장과 국제회의장의 4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시장입구는 학교 쪽으로, 호텔입구는 반대쪽에 나있다. 대한항공은 공연 전시 등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문화시설이용의 기회를 주고 나무를 빼곡히 심어 내부를 차폐하겠다는 논리이고, 교육청은 “문화시설이라 해도 호텔이 들여다보이고, 학생들이 투숙객과 마주칠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요즈음 스마트폰이 전화하는 주 기능을 떠나 컴퓨터, 녹음, 촬영, 네비게이션 등 부수적 기능이 더 많듯이, 현대의 특급시티호텔도 숙식기능 외에 회의와 모임, 전시 공연, 헬스 등 체육시설, 고급 전문 식당 및 각종 상점 등 부가용도가 더 많다. 그러기에 대형호텔 경영은 중소도시 행정보다 어렵다고 하며, 그 지역의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다. 학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30년 전 이다. 초등생들도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관광객들의 폭주로 인한 수요의 부족, 36,600㎡의 드넓은 대지와 위치 등으로 볼 때, 학생들을 고려한 조건을 붙이더라도 전향적인 판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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