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현재 기자로 활동하는 저자(중앙일보 한은화 기자)가 책을 냈다. 본인이 원하는 삶을 담은 공간을 직접 만들어가는 기록,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동아시아)’323일 출간된 것.

저자는 반려자와 함께 결혼식 대신 집 짓기 여정을 택하고, 우여곡절 끝에 도심 한복판에 한옥을 짓고 2년째 살고 있다. 그런 저자도 처음부터 한옥살이에 로망을 갖고 집을 짓기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집 안에도 바깥 공간 한 평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 있는 서촌 소재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한옥 한 채를 사게 된다.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 환경·정책이 설계된 한국에서 주택, 나아가 한옥을 짓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저자는 구입한 땅이 맹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골목길 역사를 뒷조사하여 100쪽짜리 민원 문서를 쓰고, 좁은 골목에 크레인을 댈 수 없어 크레인을 크레인으로 넘겨가며 집을 짓는 등 고군분투한다.

이 책에는 아파트바깥 동네의 일생이 담겨 있다. 책은 재개발되기 전까지 방치되는 오래된 동네의 현실과 보도블록 공사나 벽화 그리기에 매몰된 허울뿐인 재생,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하는 탁상 행정과 주거 정책에 끈질기게 맞서 싸우며 원하는 삶을 닮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투쟁의 기록으로도 볼 수 있다.

저자는 구도심의 한옥이 비슷한 외관을 띠고, 비싸고 불편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등의 문제가 한옥을 부수고 재개발해야 할 옛집혹은 사람이 살지 않는 채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로 바라보는 규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한옥 심의를 거치며 한옥 대중화 정책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저자는 전통 보전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용인하지 않는 현 정책의 한계를 면면히 고발한다. 한편,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집주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한옥 건축물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현대 생활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삶터로서의 한옥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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