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신수진 대표 인터뷰

모든 벽이 전시영역, 모든 바닥은 전시관 되도록 설계

103주년 3.1절 기념식과 함께 개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사진=국가보훈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사진=국가보훈처)

임기 중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벌었던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3.1절 기념식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개관과 함께 열렸다.

옛 서울시 서대문구의회 터에 세워진 기념관은 103주년 3.1절 기념식과 함께 대중에 개방됐다.

기념관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과 역사를 담은 곳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건립 의지를 천명한 지 4년 반 만에 완공됐다. 임시정부기념관은 말 그대로 일제에 국권을 상실한 뒤,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치열한 독립운동을 하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때까지의 활동 내용을 한곳에 모아 조성됐다.

기념관을 설계한 신수진 건축사(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는 “‘시작되는 터, 역사를 기억하는 표석이 되다’라는 건축개념을 적용하여 장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단순하고 명징하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기념관 설계에 임했던 마음을 전했다.

기념관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다”라는 의지 표명으로 시작되었고, 2019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과 역사를 기억하고 조명하기 위하여 건립을 추진했다.

지난 2020년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일(4월 11일)에 기공식을 거쳐 올해 2월에 공사가 끝났으며 국가가 직접 건립하고 관리하는 기념관이다.

규모는 부지 3,656제곱미터(1,106평), 연면적 9,703제곱미터(2,935평)로 지하 3층, 지상 4층 건물에 3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전시실, 라키비움, 옥외 상징광장, 수장고, 다목적홀, 옥상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처음 제출했던 변경전 원안 이미지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처음 제출했던 변경전 원안 이미지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임시정부기념관의 완성된 모습은 설계공모 당시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제출해 당선된 안과는 다르다. 출품작 중 유일하게 90점을 넘기며 당선작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념관 건립위원회가 요구사항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원래 건축사가 생각했던 모습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했다.

또한 기념관 건립을 알리는 정부 보도자료나 언론 매체의 기사에서도 정작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임시정부기념관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별관’과 ‘국립익산박물관’ 등을 신수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신수진 건축사(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신수진 건축사(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Q.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라는 점에서 다른 건축물 설계와는 설계에 임하는 마음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떤 점들이 달랐는지요? 또 심사의결서를 보면 유일하게 평가점수 90점을 넘기면서 당선작으로 선정되셨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설계공모 당시에는 ‘시작되는 터, 역사를 기억하는 표석이 되다’라는 건축개념을 적용하여 장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단순하고 명징하게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설계공모 당선작이 높은 점수를 받고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회는 내부적인 요구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안으로의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1층 라키비움 (사진=국가보훈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1층 라키비움 (사진=국가보훈처)

당선 이후 건립위원회, 보훈처, 국토부, 조달청, 서울시 등 관련기관과 긴 조율기간을 거치며 현재의 임시정부기념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외관의 모습과 대지를 사용하는 방식은 변화시켰지만 경계를 형성하는 모든 벽들이 전시영역이고, 영역을 이루는 모든 바닥은 전시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초기의 계획개념은 이어나갔습니다. 경사진 진입로를 따라서 마주치는 기념관의 주출입구, 대규모 홀로 연결되는 마당, 사선벽을 따라 상징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길을 따라 상호 소통되도록 했습니다. 기념관 주변을 따라 걷는 길이 시민들의 일상을 기념관으로 이끄는 초대장의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경사진 대지의 전면에 건축물을 배치하고 옹벽과 만나는 배면부에 상징벽을 세우는 방식은 건립위원회의 요청사항을 수용한 결과물입니다. 도로와 만나는 장변에 대지에서 솓아 나온 듯한 입면을 적용하여 어려운 환경속에서 독립투쟁을 하던 선열들의 당당한 이미지를 재현하고자 했습니다.

Q. 지난 2020년 1월 건축설계업계 최초로 우수 조달기업 표창을 받으셨습니다. 표창을 받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국립익산박물관 (사진=윤준환)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국립익산박물관 (사진=윤준환)

2009년부터 조달청에서 발주한 설계작품을 꾸준히 수행해왔습니다. 2017년 준공작부터 발주처와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여러개 배출되었고, 국립임시정부기념관 수행 과정상의 길고 어려운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해갔던 부분이 어필된 것 같습니다.

Q. 사무소 이름 ‘유선’은 어떤 의미인지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헌법재판소 별관 (사진=윤준환)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헌법재판소 별관 (사진=윤준환)

‘유선(柔鮮)’의 부드러울 유(柔)는 고객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를, 빛날 선(鮮)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상상력 집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듭니다’라는 미션 아래서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최고의 전문가 그룹’이 되겠다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유선은 ‘Idea Provider'라는 모토 아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합니다. 유연한 사고와 조직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와 발맞추어 성장하는 조직입니다.

Q. 좋은 평가를 받는 다른 건축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건축물 몇 개만 소개해 주십시오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건설기술인회관 (사진=윤창석)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건설기술인회관 (사진=윤창석)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는 2021년 국유재산건축상 대상과 국가건축위원회 공공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한 ‘헌법재판소 별관’이 있습니다. 2020년에는 그 해 준공한 ‘국립익산박물관’이 건축문화대상 본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건설기술인회관 증축공사’를 통해 리모델링건축대전 특선을 수상했습니다.

장충체육관 리모델링, 동탄 금강펜테리움 IX타워, 서울대학교 75동, 안산신길 2지구 도시건축통합프로젝트 등도 회사의 대표 프로젝트입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과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75동 재건축사업 이미지 (사진=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서울대학교 75동 재건축사업 이미지 (사진=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건축설계를 시작할 때는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좋은 건축물을 3개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건축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건축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설계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기존의 ‘BIM팀’을 ‘스마트 건축실’로 개편하고 다양한 설계방법을 적용하여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일반건축과 공동주택, 복합시설, 도시계획으로 확장되면서 최근에는 ‘컨설턴트’로서의 ‘건축사’라는 개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입니다. 공공분야와 민간분야 건축물 설계에 있어, 프로젝트 전체를 사업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발주처와 사용자의 관점에서 건축설계를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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