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진홍 건축사

20여 년간 한옥 매력에 빠져 있어, 문화재 조사부터 설계까지 다양한 작업서 가치 느껴
한옥 설계…평면의 관계 속에서 가구 구조·결구부에 대한 이해 필요
“한옥 전문인력 양성교육 전담기관인 협회 한옥 교육에 많은 건축사 참여 희망”

“한옥을 특정 시기와 계층에 국한해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한민족의 번영과 함께해온 문화적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한옥 외연의 확장을 꾀할 수 있을 겁니다.” 20여 년의 시간동안 한옥을 연구하고 한옥을 설계해 온 박진홍 건축사(희우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주)가 한옥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그는 한옥 건축의 미래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고, 한옥 건축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법령 등 건축제도 변화과정에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홍 건축사를 통해 한옥 설계와 보급 확대를 위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진홍 건축사
박진홍 건축사

Q. 국내 전통건축인 한옥에 주목 하시게 된 동기와 그간의 성과, 프로젝트 간 에피소드에 대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학부 시절, 한국건축사 수업을 들으며 문화재실측설계기술자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건축문화유산을 보존하며 후대에 전달하는 가치 지향적인 설계 업무에 마음이 끌려 이후 20여 년간 학교와 현장에서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18년 사무소 개소 이후에는 서울 문묘, 한양도성 등의 문화유산 설계, 향원정, 종묘 등 해체보수공사 시 조사 업무를 진행하였고, 안동 법상동 한옥 복원설계, 수원시 복합미디어센터 신축설계, 위례 상월선원 불전 신축설계 등 다양한 한옥 관련 설계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동 법상동 한옥의 경우, 1930년대 지어진 근대 한옥의 옛 사진을 근거로 원형을 찾아 복원한 사례입니다. 주목할 점은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그 가치를 이해하고 개인이 비용을 들여 복원한 흔치 않은 경우라는 점입니다. 근래 들어 비지정 문화재임에도 외부의 지원 없이 민간에서 복원 및 재생, 전용하는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건축을 단순한 재화로 보지 않고 후대에까지 향유하는 문화유산으로 보는 인식의 확장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건축물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건축사들의 한옥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옥 설계는 일반 건축물의 설계와 시발점·심의기준이 다르고, 전제되어야 할 부분도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한옥설계 시 주의점과 강조하실 부분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합니다.

우선 한옥의 정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한옥은 조선 후기 양반 계층의 한옥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 시기의 민가와 그 이전 시기 한옥을 보면, 기둥, 보 방식의 목구조뿐만 아니라 벽식, 혼합식 구조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유형이 있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20세기 이후로는 근대적 재료를 사용한 개량 한옥, 콘크리트 한옥 등이 있는 것이죠.
한옥을 특정 시기와 계층, 구조의 고정된 형태로 이해하기 보다는 한민족과 함께 변화하며 지속되어 온 건축 문화의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한옥 외연의 확장을 이루며 현대에도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전통 한옥설계의 경우 평면의 구성을 상부 가구 구조를 함께 계획하면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점이 현대 건축과 다른 점입니다. 또한 구조체가 의장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한옥에서는 평면의 관계 속에서 가구 구조 및 결구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한옥은 자연 재료를 많이 활용하기에 재료의 성질, 특히 목재의 이방성(성질의 차이) 등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옥 수요가 문화재와 사찰 등에 집중되다보니 제도적인 아쉬움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문화재와 사찰 등의 수요가 지속되면서 관련 기술이 유지되어 지금의 한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 이러한 바탕을 만들어준 선학들의 노력은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지진, 화재, 건설현장 사고 등으로 인하여 구조, 안전, 소방 등의 분야에서 법적 개정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령이 현대 건축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전통 건축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습니다. 한옥의 특성과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통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법적 규정의 예외 또는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진홍 건축사는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한옥 교육 수료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박진홍 건축사는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한옥 교육 수료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Q. 우리나라 전통 한옥을 계승하기 위한 올바른 한옥 건축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통 건축에 대한 설계 교육이 학교 수업과정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관련해 대학생 한옥캠프와 한옥 전문인력 양성교육 등 외부 기관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전통 건축에 대한 설계 교육만큼은 건축의 다양성 측면에서 교과 과정에서부터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건축사’와 같은 이론 교육이 한옥 설계와 연계돼 전통 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한옥이 단순한 유행처럼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향유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Q. 마지막으로 건축사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올해도 한옥 전문인력 양성교육 전담기관으로서 건축사분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물론 교육기관 지정을 위한 국토교통부 심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작년 성과를 바탕으로 무난하게 지정되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6개월간의 교육기간 동안 이론 교육, 현장실습, 한옥설계, 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으며, 협회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많이 지원하셔서 전통 건축을 경험할 좋은 기회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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