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일산 호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어느새 나무들의 발목까지 소리 없이 덮어준다. 메마른 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은 바람결에도 흩어지지 않고 두텁게 머문다. 하얀 캔버스에 물감을 덧칠하듯 눈길을 걸어가는 어떤 이의 걸음걸이가 인적이 드문 고요한 설원에 스타카토를 찍는다. 폐부까지 시리도록 시원해지는 설경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