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세희 양주시 총괄건축가

설계공모 심사, 토론·투표제 통해 공정성 확보 가능
설계공모가 신진건축사 등용문 역할, ‘기성세대가 할 일’

“설계공모 간 토론식 심사를 진행하다보면 우선 심사위원의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결정적으로 토론식 심사가 이뤄지면 좋은 작품이 결선에 올라갈 수밖에 없더군요.” 박세희 양주시 총괄건축가(주.지안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가 토론식 설계공모 심사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최근 10시간가량의 토론식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한 바 있으며, 공정한 토론식 심사를 통해 신진 건축사에게도 많은 기회가 부여될 수 있길 희망했다.
11월 29일 박세희 건축사가 몸담고 있는 건축사사무소를 방문해 양주시 총괄건축가로서의 소회와 각오, 설계공모 심사방법에 대한 평소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박세희 건축사(양주시 총괄건축가)
박세희 건축사(양주시 총괄건축가)

Q. 양주시 총괄건축가 제도가 생긴 이래 첫 토론식 설계공모 심사가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사방법 등 이전과는 다르게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총괄건축가로 부임하기 전에는 양주시 같은 경우 PQ입찰을 공무원들이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설계공모 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설계공모를 통해 작품을 뽑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가 있었는데요. 때문인지 지역 업체에서 당선작이 많이 배출되고 있었습니다. 총괄건축가로 부임하고 나서 우선 출품작 숫자가 너무 적다보니 공공건축 품질 향상을 시킬 수가 없다고 판단 됐습니다. 때문에 설계공모를 공개적으로 하고, 심사위원도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양주시 공무원들도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바꾸고 나서 보니 이번에 진행한 양주시 어린이문화센터 설계공모에서는 45개 이상의 작품이 응모되었고, 최종 7개 작품이 출품됐는데, 설계비나 공사규모에 비해 꽤 많은 작품이 접수됐습니다. 예전에는 많아야 3개 작품이 출품되었으니까요. 오전 10시 반에 시작한 심사가 오후 7시 반에 끝나 고됐지만 신나게 작품심사를 했고, 좋은 작품이 당선된 것 같아 만족합니다.

Q. 심사방법이 점수제에서 토론 및 투표제로 변경되었음에도 빠른 심사를 위해 점수제를 선호하는 심사위원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사를 일찍 끝내고 싶어 하기 때문일 텐데요.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양주시에서도 제안공모로 가거나 평가방법에서 점수제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토론과 투표제가 아닌 점수제로 갈 경우,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심사위원 한 명이 2표를 행사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평가위원이 경쟁작품을 1, 2등을 주는 게 아니라 최하점을 줘버리면 심사위원 한 분이 2표를 행사한 것과 같은 왜곡된 심사가 진행될 여지가 있는 것이죠. 점수제로 하게 되면 짧은 시간 내에 심사가 이뤄져 평가에 오류가 발생할 소지도 높습니다. 반면 토론제로 할 경우에는 표 하나만 행사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고, 평가의 오류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설계공모 심사와 관련한 생각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설계공모가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젊은 건축사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일단은 심사위원 선출과정, 심사평가방법 등이 공개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전제되어야 공명정대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전제되어야 할 점도 있는데, 심사위원풀을 만들 때는 토론식 심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인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토론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심사과정 전반이 잘 운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심사위원도 공개되어야 하는데, 이는 책임감을 가지고 심사에 매진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양주시도 심사위원풀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건축사들이 설계공모 심사위원으로 많이 위촉되거나 활동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건축사들은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따라서 각종 로비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Q. 앞으로 양주시 공공건축의 변화를 위한 계획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주시가 크진 않지만 수도권에 있다 보니 신도심도 늘어나고, 인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공시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말이죠. 양주시 총괄건축가로서 공공건축물이 도시 공간에 들어서면서 공간적인 변화·경관적인 변화, 나아가 거리의 문화까지 바꿀 수 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설계공모가 필요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이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죠. 다행인 것은 이번에 어린이문화센터건으로 양주시 공공건축 설계공모에 대해 소문이 좋게 난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양주시만큼은 공정하게 심사·평가한다는 인식의 기반아래 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면 하고, 그렇게 나온 우수한 작품들로 공공건축을 짓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추진을 하다보면 아직은 총괄건축가에 대한 지위와 이해가 부족한 형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총괄건축가분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자체장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자체장이 총괄건축가에게 역할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것이 결국은 공공건축의 질을 높이는 일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창업을 하는 젊은 건축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공모전에 대한 비판을 접하게 됩니다. 기성세대로서, 또 선배 건축사로서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건축사들이 등용문으로서 공공건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설계공모가 추진돼 젊은 건축사들이 가진 의혹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편견 없이 창의적이고 신선한 작품들을 뽑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신진 건축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다리가 설계공모 밖에 없기도 한 실정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젊은 건축사 여러분들도 안 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털어버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공공건축 설계공모에 참여해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가 담긴 작품을 많이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으로, 총괄건축가나 공공건축가는 공무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해소하거나 돕기 위한 민간 전문가 제도입니다. 도시 공간 재창출, 공공건축물 초기 방향 설정과 설계자 당선 후 설계 자문 등의 역할은 건축사의 전문 영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총괄건축가나 공공건축가의 역할은 건축사의 역량과 도시 및 건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협회에서도 지자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공건축가나 총괄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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