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 결성
“심사위원 자질 중요” 의견에 ‘짬짜미 심사’ 사전 차단
심사위원 구성 때부터 ‘평가이력+인맥·학맥’ 제척 시스템 마련 추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R&D평가에 2018년부터 전산 제척시스템 기능 구현해 시행 중
협회 “공공건축 설계공모 정보서비스 내 심사위원과 사무소 대표·이사진
학력·경력·평가이력 등록하는 기능 국토부에 제안 계획”

최근 국토교통부가 심사위원 제척 장치를 강화하는, 일종의 사후검증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으로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개정·고시한 가운데 이러한 제척 기준 적용이 심사위원 선정 단계부터 시스템적으로 자동 가동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정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제척 제도’ 관련 내용
개정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제척 제도’ 관련 내용

여러 회원·관계자에 따르면 건축 설계공모 관련 작금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청탁·로비가 차단되게 철저한 감시·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설계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를 배제하고 전문가 위주로 구성, 당선 경험과 설계경험 경력이 필수가 돼야 하며, 다양한 지역·스펙트럼을 가진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심사위원을 선정해야 되는 담당자(공무원)가 여러 정보가 부재할 경우 결국 지역 인사를 초청하거나 공개 모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반복적으로 동일한 심사위원이 심사를 진행하거나, 심사위원 선정 때 제척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심사 당일 또는 심사 직전 제척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혀져 퇴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세움터 ‘공공건축 설계공모 정보서비스’에서 약 2년간의 심사위원과 당선작 사무소 등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공모 진행 중인 또는 공모가 완료된 설계공모에 대해 ▲공고기관 ▲심사위원 ▲참여업체(입상작 건축사사무소) ▲공모전 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다면 어느 한 제안사에 고득점을 준 심사위원은 다음 심사에 동일한 제안사가 들어올 경우 자동 제척이 되는 것은 물론, 심사위원별로 출신학교, 경력상 사무소 재직 사항과 더불어 공모를 신청하는 건축사사무소 대표 및 이사진의 정보를 등록하게 해 심사위원 선정 때부터 정보가 일치하는 경우 해당 심사위원이 자동 배제되는 제척 장치가 가동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평가이력과 함께 심사위원이 사전 등록한 학력·경력사항 정보와 신청 기관의 정보를 비교하는 로직을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움터 ‘공공건축 설계공모 정보서비스’에서는 지난 2년간 공모기관, 심사위원, 참여업체별로 검색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움터 ‘공공건축 설계공모 정보서비스’에서는 지난 2년간 공모기관, 심사위원, 참여업체별로 검색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평가위원 선정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곳도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국토교통 R&D 사업관리시스템’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2018년부터 R&D과제에 대한 평가위원 구성 시 전문성을 고려한 빅데이터 기반의 평가위원 후보 자동추출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며 “작년부터는 연구과제 신청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연구책임자와 동일기관의 소속 전문가 또는 연구책임자와 사제지간인 전문가가 평가위원 후보로 차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기관 배제 기준 강화 ▲사제지간 자동 배제 기능을 구현해 시행 중이다”고 밝혔다. 

다소 전문성에서 취약할 수 있으나 학맥·인맥에 따른 심사위원 위촉 등의 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빅데이터 기반의 무작위 선정방식으로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셈인데, 본지 취재결과 각 사업별 담당자가 ▲산학연 비율 ▲평가대상이 되는 과제 ▲위원의 전문분야(기술분야)별 배점 ▲평가대상이 되는 과제와의 이해관계에 있는 기관을 검색해 시스템에 설정하면 평가위원 후보군이 자동 추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치는 국가 R&D 자문단·심사단 선정이 주먹구구로 운영돼 나온 고육책이다. 의사가 공학 과제를 맡는 등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심사위원에 위촉되고, 심사·평가위원 자리를 쫓아다니는 이른바 ‘선수’가 나오기도 하며, 대학·정부연구소·기업 간 ‘뒷거래’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연구과제를 기획하는 전문가가 자신이 아니면 과제를 수행하기 힘든 ‘셀프 과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기업인 1명이 연 30건 넘게 문어발 심사를 수행하며, 대학이나 출연연이 기업을 과제에 끼워주고 기술료 명목으로 연구비 일부를 돌려받는 ‘뒷거래’, 이른바 ‘R&D 카르텔’이 횡행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다소 과장·왜곡된 시선일 수 있으나 회원들이 본지에 작금의 건축 설계공모를 둘러싼 현실을 전한 것과 다르지 않다.

◆ ‘건축 부조리 신고센터’ 통해
   건축 설계공모 부조리 접수…
   건축 심의도 동일한 컨셉으로
   ‘제척 장치’ 가동돼야


협회 법제국 관계자는 “건축 심의도 결국 국토교통 R&D과제 제척 장치와 동일한 컨셉이 자리 잡아 가동돼야 한다”며 “이미 심의 관련 제도개선 방안은 국토부에 건의를 마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전문분야별 분류가 필요하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시행으로 앞으로 심사결과를 세움터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므로 최근 협회에 결성된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 논의를 거쳐 건축 설계공모 역시 ‘국토교통 R&D 사업관리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제척 장치 마련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피·제척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전체 건축사 및 관계자들에게 설계공모 운영의 공정성·투명성을 환기하고, 온라인 ‘건축 부조리 신고센터’를 활용해 시기와 형식에 제한 없이 신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건축 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한 설계공모 관련 부적절 행위 접수 시 이를 조사하여 해당 사무소에 대해 정부에 처벌·퇴출 등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한편 협회는 최근 건축 설계공모 부정·비리 척결을 위한 ‘공정 건축설계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앞으로 위원회를 주축으로 건축설계공모 심사제도의 문제점 발굴 및 개선방안 마련 등 설계공모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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