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 설치 의결
부적절 행위 의심 시 조사, 정부에 처벌·퇴출 요구
제도개선 방안 심도있게 상시 검토
세움터 ‘심사위원별 이력관리’ 시스템 마련도 추진

“설계공모판 완전히 썩었죠. 로비 금액이 상금(설계보상비) 2∼3배는 될 겁니다.”
A 건축사는 대한건축사협회가 설계공모 자체 자정·쇄신 운동을 추진한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설계공모 ‘로비·청탁’ 관행이 여전함을 지적하며, 협회가 이런 관행을 뿌리 뽑는 방안을 추진해서 공모전 심사가 “공정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경쟁을 통해 좋은 건축물 계획안을 선정해야 할 설계공모 심사과정에서의 로비·청탁 관행은 건축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알지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방 안의 코끼리’와 같다. 대다수가 우수한 계획안을 앞세워 프레젠테이션에 역량을 쏟아붓는 반면, 분명 일부이긴 하나 심사위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금품까지 오가는 ‘구태’, 건축계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얽히고설킨 건축계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참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협회가 (가칭)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 설치를 필두로 자체 자정 및 쇄신 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설계공모 로비·청탁 등 고질적인 병폐가 해소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위원회는 심사 관련 부조리한 관행 실태조사뿐만 아니라 매월 회의를 열어 참여 설계공모에 대한 심사과정 평가, 부적절한 행위 의심 시 협회에서 조사토록 해 국토교통부에 처벌 또는 퇴출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5일 협회 관계자는 “설계공모 심사 로비 의혹 등을 근본적으로 불식시켜야 한다는 회원 의견이 높아 부당한 행위 발견 시 협회가 법적 고발 조치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 몇 번의 고발 조치로도 로비·청탁을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상식으로 자리잡아 불공정 행위 근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의 이 같은 조치는 공공기관 설계공모 우선 적용 대상이 올해 1월 5일부로 설계비 1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며, 당선 업체 선정에서의 객관성·공정성이 잇따라 논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록 일부이긴 하나 설계공모 현실이 혼탁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주처의 경우 설계공모를 위해 심사위원 풀을 운영하는데, ▲사무소에선 학연, 지연 등을 이용해 인력 풀을 평상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주처나 공무원 퇴직자 등을 채용하여 심사위원을 관리하는 등 설계업무와 무관한 인력을 사용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무소 간 담합을 하거나 들러리를 세우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허가권자 지정 감리제도에 있는 ‘역량있는 건축사’란 예외 조항으로 혼란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의무가입을 계기로 한 강력한 설계공모 정화 운동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공정성·객관성을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도 주력한다. 심사위원 별 평가결과에 대한 DB 구축을 비롯해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에서 상시 논의된 제도개선 방안을 국토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주기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위원회를 통한 설계공모 제도개선 방안이 상시 논의, 건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심사결과 세움터 공개 의무화가 되었으므로 심사위원별로 전국에 걸쳐 어떤 공모에 참여했고, 그에 따른 당선작과 입상작 내역, 해당 연도 심사에 몇 번 참여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움터와 연계하는 심사이력관리 시스템 마련도 병행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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