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건축사
김성진 건축사

꿈이었던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건축사 업무를 시작한 지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직원으로 건축 설계 업무를 하며 향후 자격을 취득하고 개업을 하면 해봐야지 했던 목표들은 벌써 잊은 지 오래고, 먹고살기에 바빠 앞뒤 안 보고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초기에는, 바쁘게 업무를 해오면서 건축사 자격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 같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 같았다. 하지만 자격 취득 후의 생활은 현실이었고, 직원일 때보다 더 힘든 전쟁터였다.

그렇게 일 년 정도 겪어본 건축사의 생활은,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영역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체와 조직의 힘이 생각보다 많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직업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같이 뭉쳐야 하고 하나의 목표를 바라봐야 할 건축사 단체는 그렇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초반부터 계속 느끼고 있다. 

일 년 반의 기간이지만 건축사로서 해야 하는 기본 업무들은 다 해본 것 같다. 기본적인 설계업무부터 업무대행과 공사감리업무까지 조금씩 다 겪어 보았지만 그 업무에서 주어지는 보상보다 책임이 너무 과도하고, 그러한 현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건축사들의 조직은 조직이 가진 끈끈함 또는 연대의식보다 서로 각자의 이권을 다투는 그런 조직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지방의 단체는 물론이거니와 이들을 통합해야 하는 큰 조직까지 연대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다투는 모습처럼 보이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사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힘을 뭉쳐야 할 건축사들은 갈수록 서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싸움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제 막 이 세계로 뛰어든 자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뒤늦게 뛰어들어 선배들의 도움과 단체의 힘이 필요한 입장에서는 현재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두고 일어나는 일들과 보이는 다툼이 보기 좋지만은 않다. 생각의 다양성도 인정해야 하고, 각 단체가 가진 이념도 존중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우리의 목소리를 사회가 들어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한다.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경쟁의 시대, 그리고 어려운 경쟁 상황 속에서 하나의 힘으로 뭉쳐서 우리가 처한 사회적 위치를 우선 변화시킨 뒤 우리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건축사 단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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