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건축사
임현정 건축사

어떤 그릇에 담기냐에 따라 물의 형태가 다르듯, 건축 역시 변화하는 공간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도시의 경관과 그 안의 공간들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디자인하는 일은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 걸까?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에서 우리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건축과 더불어 공간의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건물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지, 어떤 인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네.” 루이스 칸의 명언이 와닿는 현실이다.

21세기를 사는 지금, 사용자 중심의 유연한 공간을 미리 읽어 내듯 열린 공간, 중정, 빛의 열람 공간 등 건물의 모든 면에 입구를 두어 만든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도서관(Philips exeter arcademy Library, 1965년)의 내부 풍경을 통해 유연성과 다양성에 기반을 둔 공간 단위의 본질을 되새겨 본다. 이는 최근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의 대표사업인 스마트 그린도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등 지속 가능한 미래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를 담을 새로운 변화된 공간 조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건축과 공간의 기본 개념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아이디어를 수집하여 학교 공간을 사전기획하는 단계를 가진다. 실제로 영국은 사용자 참여설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학교와는 전혀 다른 공간인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와 같은 공간을 찾아 다양한 사례를 듣는다고 한다. 최근 카페와 같은 다양한 공간에서 학습을 하며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공간이 학습에 주는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의 정서와 두뇌발달은 주변 환경과 공간과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사전기획은 설계 이전 단계인 미래교육의 방향과 디자인의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건축전문가와 교육전문가가 함께 방향을 설정하여 수립하는 단계이며, 학교 공간의 마스터플랜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각 학교의 교육 철학과 지역 환경의 고유성·정체성이 반영되어야 하며, 그 지역의 문화와 환경이 조화를 이룬 특색 있는 모델의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

학교 공간은 학교의 삶을 담은 학생과 교사의 이야기를 과정이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과 협력, 소통이 중요한 경험이기에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에도 긍정적이다. 공간의 힘은 디자인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있을 때 그 가치를 더 발산한다. 공간은 유연한 구성에 의해 사용이 다양해지며, 공간에 따라 사용자의 감성도 변화한다.

미래 학교를 위한 학교 공간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사전기획 방향에서 교육과정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교과 연계 아이디어에 대한 교사들의 참여가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교사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창의적 공간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는 학교 구성원에 의해 도출되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변화와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과 의지에 좋은 성과의 성패가 달려있다.

40년 만에 시행된 미래학교로의 전환사업이 한정된 예산과 시간의 한계라는 현장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과업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두 분야의 건축전문가와 교육전문가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호 보완하여 미래학교로의 변화를 함께 고민하는 가치 있는 과정을 통해 좋은 성과를 이루길 기대해본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통해 사용자 참여설계에 참여한 학생들은 건축사와 함께 교육 공간의 변화를 시도하고 함께 노력하며 고민했던 경험을 통해 건축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도시의 경관과 그 안의 공간들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디자인하는 일에 건축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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