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렬 건축사
김상렬 건축사

수년 동안 주말을 포기하고 시험에 매진하며 건축사라는 자격을 얻고,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대학과 회사까지 경력으로 쌓아온 터라 당연히 이곳에서 사무소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사무소를 개설한 지 1년 남짓이지만 짧은 경험 속에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본다.
필자가 운이 좋아서(?)인지 개설 후 본 지역보다 다른 지역에 건축물을 설계할 기회가 많았다. 가까운 경북에서 충정도, 전라도, 강원도까지 경험하면서 회사 시절 본 지역에서만 대부분 경력을 쌓아온 필자에겐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전반적인 건축 과정은 유사하겠지만 설계 단계에 검토해야 하는 각 지역 조례부터 인허가 부서별 협의하는 방식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조금씩은 있던 터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건축사시험에서 수없이 출제되었던 주거지역의 정북일조 건축물의 높이 제한의 경우, 9미터 이하 인접대지 경계선에서의 이격거리가 1.5미터가 아닌 2미터 이상인 지자체*도 전국에 다섯 지역이나 존재한다. 당연시하는 기준도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허가권자의 검토 후 수정한 필자로서는 여유 거리가 없었다면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이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착공이 시작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려면 ‘업무대행’이라는 최종 관문이 기다린다. 인허가 시 교류했던 허가권자를 대신해 그 지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해당 지역 건축사가 업무를 대행한다는 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적법하게 공사를 진행해 왔지만, 지역에서만 존재하는 또 다른 규칙이 있는지, 아니면 말로만 듣던 소위 ‘텃새’라고 하는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처음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업무대행이 벼슬인 양 다른 잣대를 내미는 사례를 최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필자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이다.

몇 번의 프로젝트를 우여곡절 끝에 지나오면서 쉽지 않은 기억도 있지만, 업무대행 인연으로 만난 건축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각 지역의 새로운 소식과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건축사라는 같은 직업으로 무거운 책임을 가진 동료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듯이 필자 또한 최근 업무대행 업무를 보면서 반대 관점에서의 동료로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앞서 여러 번 언급한 ‘지역’ 이란 단어가 필자 스스로 그 영역을 구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지역별이 아닌 정확한 잣대라는 기준에서 아직 불명확한 부분도 존재한다. 다만 대지의 위치가 주 무대가 아닌 다른 지역일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설렘이 아닌 건축하는 과정으로 인한 두려움이 먼저 다가오지 않았으면 한다. 지역을 떠나 서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라는 인식이 더해진다면 든든한 지원군으로 느끼지 않을까 싶다.

*경기 광주시, 충북 제천시, 충남 청양군, 경남 사천시, 전북 익산시(높이 7M이하는 1.5M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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