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가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건축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2소위로 회부됐다. 이 과정에서 의무가입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도 드러났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건축계를 바라보는 온당하지 못한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알다시피 국회의원의 상당수는 법조계 출신 정치인들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법이라는 특성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음에도 사회의 복잡성을 반영하지는 못한 ‘부족한’ 선진국 상태라는 점이다. 선진국이라 불리고 경제적 규모로 보면 우리 사회가 상당한 다양성을 확보했음을 알 수 있지만, 적어도 건축의 시각으로 보면 정치 분야의 건축 시각은 동남아보다 못한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사회의 성장 측면에서 건축은 근대화 이래 대한민국에서 단 한 번도 전면에서 리드를 한 적이 없다. 국가 정책의 방향에 따라 수행하는 실무적 존재였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건축설계에 대한 제도화와 구조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불행한 것은 지난 1960년대 책임의 제도화 과정에서 시대 상황과 맞물려 건축계 자체의 분열을 내재한 채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십 년간 고착되어 각 단체 간의 편견과 오해, 일부의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안타까운 점은 몇 번의 기회가 현장을 뛰는 시장 참여 단체 간의 오해와 왜곡으로 소멸된 점이다.

실제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사실은 대한건축사협회보다 일탈하는 일부 개인 건축사에 대한 반감이 더 크지만, 일반화시켜 집단을 공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구나 비난을 일삼는 그들 개인 건축사는 임의가입 상황인 현재, 회원이 아닌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상호 불신의 정점은 이번 법사위원들에게 배송한 질의 형식의 비난서가 보여주었다. 분명 의무가입 추진 과정에 참여했고 여러 과정을 함께 했음에도 계속된 맹목적 거부감과 배타적 태도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사회 저변에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자충수를 둔 꼴이 됐다는 점이다.

솔직히 비판이 아닌 대안 없이 비난하는 이들이 협회로부터 직접적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분노할 만큼의 상황이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공식적으로 이런 건축사 간의 분쟁과 마찰을 공개적으로 심판하고 다룰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각종 지연, 인연, 학연을 떼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다룰 ‘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한다. 중앙윤리위원회의 분쟁 심판 기능도 좋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수면 위로 드러내 개선하는 것이 정상이다. 실명을 밝히고 정면으로 부딪쳐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카더라’라는 불신의 전염병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건축계의 성장은커녕 존재가치 인정도 불가능하다. 다시 한 번 치열한 ‘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심판소’ 같은 조직 구성을 촉구한다.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화가와 같은 건축사(?)라는 시각을 드러낸 국회는, 다른 한편으로는 살벌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그런 변호사 출신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대한변호사협회의 의무가입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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