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인 건축사
최정인 건축사

코로나19 이전에 건축계의 이슈는 단연 공공성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도시적 맥락, 도시적 관점을 토대로 한 도시건축, 즉 건축의 공공성이 이슈화되고, 정부와 지자체는 막대한 공공 자금을 들여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이 주체가 되어 계몽적 개념의 발전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일상에서 피부로 체감되는 공공성은 얼마만큼인가? 거창한 공공성을 잠시 내려놓고 살짝 다른 관점에서 개인의 일상성을 통해 공공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트렌드는 사회적 논쟁거리와 맞물려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소개하는 먹방이 이슈가 되고, 유명 셰프들을 대동한 요리방송인 쿡방이 이슈가 됐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엔 집과 관련돼 건축과 인테리어를 소재로 한 집방이 무척 많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광풍처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또한, 매체의 다변화에 따라 방송서비스 또한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놓여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개인 방송들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건축을 소재로 하는 개인 방송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홈카페, 홈캠핑, 홈트레이닝, 홈피크닉, 홈메이드, 홈쿡, 홈무비, 홈캉스, 홈퍼니싱, 홈루덴스족, 홈파티, 홈가드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인의 일상을 다시금 돌아보고, 개인의 일상을 담는 집이란 공간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다.

과연 ‘건축’은 이런 사회의 변화에 잘 대응하고 대처하고 있는가?

그동안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던 건축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적절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으로서 재산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서만 인식되던 것에서, 개인의 꿈과 이상향을 담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는 등 인식이 변해가는 것이다.

건축은 개인의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어가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건축이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통해 개개인의 일상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다 보면, 건축문화의 인식 변화라는 큰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임대 세대와 주인 세대가 공존하는 다가구 주택엔 두 개의 출입구를 제안해 각각의 현관을 만들어 개인의 사생활을 조금 더 보장해 주고, 3층에 계획되는 주택에는 중정을 만들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홈캠핑장을 조성하고 중정을 끼고 순환하는 복도를 만들어 실내 산책로가 되게 한다. 각 층의 발코니는 내부 공간의 확장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홈카페가 되기도 하고,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홈피크닉장이 될 것이다.

개인의 삶의 질이 회복되고 건강한 일상이 만들어진다면, 그 개인이 소속된 단체와 사회 또한 건강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의 일상성이 곧 공공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건강한 일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축인들도 우리 또는 ‘나’의 일상을 회복해 가길 바란다. 건강한 일상을 누리는 건축인이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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