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건축사
박성철 건축사

지난 여러 해 동안 크고 작은 건축물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나오고, 건축 관련 법규도 점차 ‘안전’ 우선으로 개정·보완되고 있다. 이런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건축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만 발표되는 정부 대책을 보면 과연 작금의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대책 간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를 맡고 있는 주체인 건축사가 배제되거나 사고 시 언론에선 이권을 염두에 두고 건축사에게 불리한 발언도 서슴없이 내놓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건물의 규모나 현장 여건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책이 나오거나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과 책임은 건축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사회적 비난까지 감당해야 하는 지경이다. 과거 발생된 건축안전사고와 발표된 정부 대책을 되짚어본다.

# 1. 삼풍백화점 사건 후 무량판 구조, 마우나 리조트 참사 후 PEB 구조, 그리고 경주 지진 땐 필로티 형식이 문제가 되어 이 경우 6개 층 이상 전이구조는 특수구조건축물로 분류되어 구조안정성 심의를 받아야 하고 구조 협력도 받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2. 건축물 해체 관련 사고가 발생하자 일정 규모 해체 시 심의를 받도록 함과 동시에 해체감리 제도도 마련됐다. 굴토 깊이의 2배 이내는 주변 건물의 구조나 연한에 따라 구조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계획대지의 인접대지도 아닌 건너 건너 대지의 콘크리트구조의 주택에 옥탑부분이 연와조임에도 건축물대장상 ‘콘크리트조/연와조’로 기록돼 있다고 심의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3. 의정부 화재 이후 규모가 크든 작든 법정 용도에 맞춰 일정 규모의 피난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대지가 크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소규모 대지에서 일률적인 규격으로 피난통로를 설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4. 제천 참사 이후 소방관 진입창 설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더블스킨 건물은? 커튼월 건물에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하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기준에 맞추기 어렵고, 실내 바닥에서 80cm 높이에서 창을 만들어야 하는데 안전 난간은 바닥에서 높이 120cm 이상이다.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5. 스프링클러도 6층 이상 건축물이면 모든 층에 설치해야 한다. 과연 합리적인가.

6. 건축물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위해 단열재 두께 문제, 일정 규모 이상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 ‘녹색건축 인증 기준’에 따른 설계 등 현장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기 내용에 대한 소견은 이렇다.

1. ‘무량판 구조’는 해외에서는 이미 검증된 구조이고, ‘PEB 구조’는 경제적인 구조로서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일정 규모는 완화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필로티 형식 건축물의 경우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의 구조 협력을 받아야 하나 구조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지연 등 병목현상이 심각해 건축구조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 건축사가 구조 협력을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라 하겠다.

 2. 해체 사고 시 건축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해체감리도 상주, 비상주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 공사감리도 마찬가지다. 굴토심의 대상 기준도 더 세분화하여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3. 피난통로 폭은 크든 작든 일률적으로 하기보다는 대지나 건물 규모, 용도에 맞춰 더 세분화하는 게 옳다.

4. 소방관 진입창은 건축법과 에너지 등 관련 법과 조율하여 개정할 필요가 있다.

5. 스프링클러도 일정 규모 이하는 간이 스프링클러로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6.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를 고려하는 건물은 세금이나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강제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안전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이런 구도에서 사고 때마다 관 또는 발주처를 대신해 감리자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힘의 논리에 밀려 건축사가 과중한 책임을 지는 건 아닌지…. 현실에 부합해 건축사의 공적 역할과 그게 맞는 책임을 분명하게 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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