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공공성, 기본권 침해’ 논란에 법사위서 제동
건축사법과 상호보완법인 ‘공공건축특별법’도 상임위 계류 중

석정훈 회장 “건축사법, 공공건축특별법 국회 통과에
전방위적 노력 기울여 반드시 실현”

개업 건축사의 ‘건축사협회 의무가입’과 윤리규정 준수를 뼈대로 추진된 건축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김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축사법 개정안은 지난 6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28일 심의 안건으로 올랐으나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로 가로막힌 것이다.

법사위 반대 발언에 따르면 ▲건축사 업무가 공익적 성격이 강하지 않다는 점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과 기본권 침해 ▲협회의 공적인 업무 유무 ▲지역건축사회의 과도한 입회비 ▲헌법상 보장된 예술, 결사,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빌미가 됐다. 

애초 개정안은 20대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키로 한 가운데, 작년 10월 19일 재차 발의되어 올 4월까지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본회의 상정과 통과가 유력시됐다. 위헌여부 등도 상임위에서 이미 논의된 내용이고, 국회법(제37조)상 법사위 소관도 법률안·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에 국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물의 안전 차원에서 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단일 협회 의무가입이 필요하다는 정부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 됐다.

주목할 부분은 당초 개정안에서 규정된 가입 의무화 단체가 국토교통위원회 수정의견에 따라 현행법에 따라 설립된 ‘대한건축사협회’로 명문화됐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건축사제도 운영과 자율 규제 여건을 마련한다는 게 사유다. 반면 개정안에서 윤리규정을 위반한 건축사에 대한 징계를 건축사협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삭제됐다. 

법사위 심사 과정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건축사와 대한건축사협회의 공적 기능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만큼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건축사 업무가  공익적 성격이 강하지 않다? 

법사위의 한 의원은 “건축사 업무가 공익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에도 특정 단체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어 위헌여지 등의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뿐 아니라 ▲공사감리 ▲해체감리 ▲유지관리 업무 ▲건축허가와 사용승인 시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등 공공(허가권자)이 해야 할 업무를 관련 법에 따라 수행 또는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 건축물에서 한 번이라도 재난·사고가 발생될 경우 많은 사상자, 엄청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다. 건축물 안전이나 도시의 미적 일관성 유지 등 건축에는 당연히 공공성이 존재하며, 건축사의 아이덴티티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건설사업관리(CM), 지구단위계획 등’의 업무 역시 무엇보다 공익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직역이다.

건축사법상 협회도 건축물의 질적 향상과 안전 증진, 그리고 건축문화의 발전을 설립·정책 목적으로 한다. 그런 까닭에 정부에서 공적 업무를 수탁 받아 수행 중으로, 건축사의 등록 관련 업무, 업무실적 관리 및 실무교육, 실무수련자 관리와 건축사보 신고 접수, 건축법 위탁업무인 ‘화재안전 자재 관리’, 건설기술자 관리 및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정부에서 수탁 받아 수행하는 공적 업무
대한건축사협회가 정부에서 수탁 받아 수행하는 공적 업무

◆ 결사,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변호사, 의사 등과 같이 개별법을 가진 소위 면허 개념의 전문 직종은 의무가입제를 시행하며, 의무가입 규정을 둔 모든 협회는 단일 협회로 복수 협회 설립 규정(별도의 설립 인가 요건)을 두고 있지 않다. 전문성과 역량 제고를 기하면서 자율규제 여건을 마련키 위함인데, 2000년대 초반 정부의 협회 설립·가입 자율화 방침 아래 임의가입화한 협회들도 최근 들어 다시 의무 전환하며 해당 직무의 개선·발전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 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 발맞춰 해당 전문자격사 업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요한 전환이 될 수 있고, 대외적 영향력과 위상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결과다. 

전문자격사 의무가입 현화
전문자격사 의무가입 현황

사실 단일 협회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은 공공성이 강화되어 해당 전문직역의 공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안전, 보건, 교육, 환경, 문화 등 정부 모든 부처 소관 법령에 건축사가 업무 시 반드시 반영해야 할 법령이 제정·신설되고 있듯이, 이미 사회는 건축사에게 과거와는 다르게 더 많은 역할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사의 경우엔 지난달 기존 8개 행정사협회를 ‘대한행정사회’로 단일화하고 의무가입화했다. 행정사협회가 ‘인가제’로 운영됨에 따른 다수 협회 난립으로 행정서비스 불만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데다 행정사 품위 향상과 직무의 발전을 위해 단일 협회로서 적극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 지역건축사회 가입비 문제에 대해

지역건축사회 가입을 위한 입회비를 지적한 법사위 한 의원은 “입회비가 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통해 의무가입을 왜 제도화하려는지를 배제하고서 문제 제기한 발언이다. 건축사 의무가입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 중 하나는 협회 조직의 가입을 강제하는 등 불합리한 진입장벽을 없애려는 것으로 협회는 이미 정관, 윤리규정을 국토부 감독 하에 작년 10월 개정 조치 완료했다. 의무가입은 본 협회와 시·도건축사회까지이며, 지역건축사회 가입은 건축사 자율에 따르게 돼 있다. 이는 국토부 주관 건축단체 협의 시 제시된 조건이기도 하다. 개정 건축사법에 따르면 협회는 윤리규정을 국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제정하고, 회원은 이를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정관의 작성과 변경도 국토부 인가를 받아야 하며, 정관에 대한 사항과 사업 종목에 관한 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윤리규정 제28조('20년 10월 15일 임시총회 승인)
개정 윤리규정 제28조('20년 10월 15일 임시총회 승인)

한편, 법사위 2소위에 회부된 건축사법 개정안에 더해 사실상 건축의 공적 가치 강화라는 큰 틀안에서 상호 보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법인 ‘공공건축특별법’ 국회 통과 여부도 관심이다.

이 법은 공공건축의 품격 향상과 품질 제고를 위한 ▲국가 등의 책무 ▲정책 기본계획의 수립 ▲공공기관의 전문성 확보 ▲사업의 시행과정과 성과 평가 등 사업의 기획부터 운영 관리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일관성 있는 공공건축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대 국회에서 처음 제안됐으나 건축사법과 마찬가지로 회기를 넘겨 작년 7월 허영 의원이 대표 발의해 작년 말 공청회를 마쳤다.

현재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으로, 의원들은 제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특정 집단(건축사)의 이익을 위한 법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세부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법에 더해 공공건축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은 “의무가입 건축사법, 이를 통한 구체적인 실천사항이 규정된 공공건축특별법 모두 건축사 권익과 관련된 상호 보완 관계의 법안이다”며 “법 내용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와 협력하여 국회 통과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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