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호 건축사
추원호 건축사

사업 시행자가 어떤 부지에 공동주택이나 큰 규모의 건축물을 인허가 받을 때, 사업 시행의 부지 일부를 공공부지로 내놔야 할 때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공공도로나 공원용지로 자신의 땅을 기부채납해야 할 때가 생긴다. 응당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을 사업가나 토지주에게 떠넘기는 식이다.
기부채납은 기부자가 그의 소유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의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으로 증여하는 기부의 의사 표시를 하고, 국가나 지자체에서 이를 수락함으로써 성립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떤 사업 시행에서 일정 부분 자신의 재산을 증여하도록 강요하는 과정일 수가 있다.

대지의 일부를 기부채납함으로써 생기는 부수적인 인센티브로는 건폐율, 용적률, 높이제한 완화다. 대지면적 제공 비율에 따라 조례가 정하는 비율로 정할 수 있다.
주택법 제15조(사업계획의 승인), 제17조(기반시설의 기부채납)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 또는 대지조성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거나 과도한 기반시설(도로, 상하수도) 설치 및 공공시설에 대해 기부채납을 요구해서는 아니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사업, 대지조성사업 시행 시 간선시설 설치가 의무로 되어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서 사업 시행자는 재개발사업에 따른 정비 기반시설의 설치 의무 및 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담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모두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 시설도 국가 및 지자체에서 무상 귀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택지개발, 주택개발사업, 대규모 건물의 건축허가 과정에서 인허가 승인조건으로 사업자에게 토지 및 각종 기반시설의 기부채납을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허가청이 개발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시설의 설치를 요구하거나 사업 이익의 80∼90% 이르는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데서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기부채납과 사업 인허가가 연계되어 있어 기부채납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인허가가 지연되고 사업자의 금융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어 해당 관청의 기부채납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해서 잘 진행되어 완공 후 사업자가 기부채납하려 했지만, 지자체는 여러 사유를 들어 사업자에게 관리 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 사용승인(준공)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여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부채납과 인센티브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민간사업 시행자가 국가, 지자체를 대신하여 공공시설인 도로, 공원 등을 설치하여 기부채납하기로 예정된 토지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비과세로 해야 한다. 또한 주택개발사업의 경우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에서 기부채납한 공공시설 설치와 용지 비용이 공동주택 분양가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시설의 부당한 기부채납과 기반시설의 설치 요구로 인허가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허가 관청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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