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현 건축사
김나현 건축사

비교적 이른 나이에 취득한 건축사 자격. 하지만 동시에 임신과 출산, 독박 육아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일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지만, 연속적이지 않은 업무는 개정된 법규들을 빠르게 체크하고 대응하기에 쉽지 않은 형태가 됐다. 직원일 때는 많은 일정도 컨트롤했는데, 결국 이런 느낌이 경력단절이겠구나 싶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고, 여전히 또 다른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곧 학부모가 되는 나는 더 늦기 전에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싶고, 사무실 운영에 대한 방향을 재정비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한 프로젝트를 임하면서 설계비에 맞는 적정 수준의 일을 했다면, 이제는 사람에 대한 이해, 공감, 대화, 대지에 대한 고민, 건물에 대한 가치, 도시에 미칠 영향 등 계획에 소요되는 시간을 보다 더 많이 투자한다.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나의 열정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드셨는지 추가로 비용을 주시기도 하고, 마음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선택하는 일들이 어렵기만 하다. 완벽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부딪치면서 수정하고 준비하다 보면, 이런 시간들이 쌓여 조금 더 발전돼 있지 않을까. 뒤돌아보면 기회가 왔을 때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물론 경험하고 나면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제자리걸음만 할 수 없기에 여전히 배움의 시간은 쪼개서 만들고 있다. 내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 교육도 받고,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부분에서도 내 직업에 감사한다.

건축사 이후의 시간은 느리지만 성장됨을 느낀다. 건축주에게 전문가로서 설득하고 계획안을 확정 지어가는 과정이 수월해졌고, 나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적극적인 건축주를 만나면 일이 더 재밌어진다. 간혹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기본적인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되짚고 최종 대안을 이끌어내는 시간. 대화의 기술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말 안에는 축척된 무언가가 있어야 충분히 발휘된다는 것도.

건축 상담은 정말 다양하고 한 번에 정답이 나오기 쉽지 않다. 매번 다른 조건이고 검토할 것들이 많다. 상담을 하고, 선뜻 먼저 상담료를 지불하고 가시는 분도 있다. 당연한 대가이지만 다른 직업에 비하면 아직 과도기다. 전화상담 시에도 친절히 응대를 하지만 나의 시간과 정보를 쉽게 갖고 간다. 적절한 선에서 방문상담으로 연결시켜야 할 문제이다. 초반에 맡은 공사감리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었다. 건축주와 시공자 간의 갈등 상황, 검측 후 현장 조치사항에 대한 대응력이 서툴렀다. 선배 건축사의 조언도 들으며, 나의 위치에서 해야 될 것과 아닌 것은 명확하게 정리가 됐고, 경험이 쌓이고 있다. 이 밖에도 건축사의 업무영역은 더 넓어졌다. 그에 따라 이슈가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경우도 보인다. 건축사의 책임이 무거운 만큼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그리기 위해 가장 소중한 오늘을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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