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벌어진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인해 아까운 생명들이 스러졌다. 충분히 운명대로 더 살아갈 사람들이 타인의 욕망과 부주의, 무모함, 그리고 현실감 없는 정책·구호 때문에 희생됐다. 이런 일이 왜 멈추지 않는 것일까? 이런 와중에도 재빨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명분을 쌓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철거 건물 붕괴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특히 이번 광주 건물 붕괴 사고는 2년 전 벌어진 서울 잠원동 붕괴사고와 매우 유사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를 비롯해 수도 없이 많은 사고가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해 왔고, 강력한 처벌과 각종 절차 역시 만들어냈다. 사업자는 처벌, 전문가는 책임을 떠안으면서 법의 제재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건설산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특별 대책에 대한 주문이 잇따르며, 다소 엉뚱하고 과잉 내용이 포함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까지 추진 중이다.

산재는 안전에 대한 의식과 맞물리지만, 사실 생산성·효율성과는 거리가 있다. 안전은 결국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확보할 수 있다. 

‘소득 반영 산재 사망률’ 통계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몇 해 전부터는 각종 대책이 생기고 법안도 처리됐다. 어쩌면 이번 광주 해체 건물 붕괴 사고로 더 강력하고 새로운 법이 발의돼 통과될지도 모른다. 과연 이런 대응들이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광주 사고와 관련해 조사과정에서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데, 전혀 새롭지 않다. 소위 외주라고 하는 하도급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처로부터 받은 공사 단가의 약 1/4 수준으로 재하청을 받은 업체가 있었고, 이 업체 또한 경험과 노하우가 거의 없는 신생회사였다. 해체계획서는 이런 단가에서 제대로 작성될 수 없었고, 형편없는 용역비로 해체감리를 수주한 이는 현실적으로 감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서류 업무를 완벽하게 한다 한들, 현장에서 작업자 또는 기사가 이를 숙지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건축계는 이미 수차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안전감리 공영제, 건축사 위탁시공 관리제,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 의무화, 해체공사에 대한 교육과 전문교육 강화 등이다. 하지만 현장 상황을 도외시한 정책들로 현장은 갈수록 혼란을 겪고,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현실에 더해 시공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24시간 밀착 감시가 불가능한 설계자와 감리자만이 온갖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받고 있다. 건축사는 현실적으로 턱 없이 낮은 대가에 업무를 수행해선 안 된다. 건축사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어낼 답은 현장에 있다. 여러 영역의 책임과 역할이 균형 있게 조정·조율돼야 하며, 무엇보다 해법의 본질은 안전과 시간에 대한 비용 지불을 인정하는 것이다. 철근 몇 개, 콘크리트 몇 톤만큼 중요한 것은 공사 현장의 안전의식과 이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것이 기본이다. 이것은 발주자부터 포클레인 현장 기사까지 뼛속 깊이 체질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이 강조돼야 하고, 발주자는 책임감 있게 이에 대한 비용 지불을 감당해야 한다. 

해체감리 등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 오히려 일선 지자체들이 나서 비용절감을 강요하고 있는 점은 지탄받아야 하며, 옳지 못하다. 해체감리자가 희생하고 책임지라는 말인데, 문제의 본질을 놓치면 무늬만 흉내 내는 꼴이 된다. 해법의 본질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고, 이에 대해서 최저가 입찰이 아닌 합당한 대가 지급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지자체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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