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조차도 사는 맛이며, 오히려 인생이 쓸 때 삶이 깊어진다면서 말이다. 그게 다 사람 사는 맛이란다.” 
- 채현국

50대 중반의 나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2018년 초 발생한 사건1)으로 나는 고통의 시간으로 빠져들었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20여 년 운영해오던 건축사사무소가 일상적 틀 안에서 분주함에 몸을 맡겨 나아가는 관성의 시간이었다면, 근래 경험한 4년은 나에게 차원이 다른 인내와 판단, 극복의 문제를 매일 접하게 만들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상대에 대한 원망, 극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결코 생산적일 수도 없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도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 대외 활동은 최소화되었고 걱정과 고민이 지속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의 일부는 걷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독서 등으로 이어졌다. 사건의 틈새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등 청소년 적에나 할 법한 삶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마주하게 되었다.

올 4월 작고한 채현국 선생은 성공한 사업가에서 사회사업가, 신용불량자까지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내가 선생의 삶을 접한 후에 견디기 힘들었던 사건의 고통은 조금은 완화되었고, 선생의 비움과 선행에 기반을 둔 기행적인 행동은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 주었다.

나는 당분간 사건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고, 이후에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경제적 성공에 기반을 둔 삶을 향해 갈 것이다. 다만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사건의 쓴맛을 동력 삼아 지금까지 잊고 지내왔던 의미 있는 내적 성장과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생각을 숙성시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갈 것이다.

나에게 질문한다. 

‘너는 좀 더 단단해졌니? 
이제 좀 더 깊어졌니?’



1) 사건 개요 : 2013년 서울시건축사회에서 설계. 감리를 자체적으로 분리 시행할 때, 360만 원에 수행한 비상주감리 건이 건물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져, 2018년 법원은 7.2억의 손해배상금을 판결했고, 이로 인한 압류, 사무소 폐업, 수많은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 (해당 사건 법원감정인은 철거 후 신축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여 손해배상금이 결정되었으나, 해당 건물은 경매 후 일부 보수하였고 현재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음.)
   * 사건이 현재에 이른 것은 소송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 있었으며, 필자의 지인 건축 전문변호사는 건축 소송시장에서 법원감정인과 변호사의 공정하지 않은 거래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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