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묵 건축사
조한묵 건축사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인 창궐로 최고의 힐링 아이템 중 하나였던 해외여행이 전면 차단되다시피 한 요즘 가슴 한편이 답답해 옴을 자주 느낀다. 건축사로서 1년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인 해외 건축 답사를 2년째 가지 못하게 되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건축사들에게는 여행이 고갈된 창작의 샘에 물을 공급할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처음으로 해외 건축 답사를 시작한 때가 자주 떠오른다. 1996년 대학원 시절 지금은 폐간된 모 건축 잡지사에서 진행한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루이스 칸과 루이스 바라간의 건축물 답사를 위주로 한 여행이었다. 칸의 킴벨아트 뮤지엄, 솔크 연구소, 엑세터 라이브러리, 브린모어 기숙사, 리처드 의학연구소, 예일 아트센터 등을 보면서 그의 명확한 공간 구성과 재료의 정교한 사용에 감탄했고, 멕시코에서는 바라간과 레고레타의 거칠지만 감성적인 색깔과 질감, 수공간의 연출에 충격을 받았었다. 운 좋게도 혼자라면 찾아가기 쉽지 않았을 라이트의 낙수장도 볼 수 있었는데, 거장의 작품에 경외감도 느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낙수장에서의 건축주의 불편한 삶도 잠깐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숲속 계곡 옆의 많이 눅눅한 습기를 느꼈고, 겨울에는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에 실내로 들어와 있는 바위는 유달리 차갑게만 보였었다. 첫 여행에서 몸으로 체험했던 강렬한 울림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어 설계일을 할 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첫 여행의 감동으로 같은 잡지사에서 진행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들을 위주로 답사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하였다. 라 뚜레뜨 수도원에서 수도사가 수행했던 방에서 하룻밤을 묵었을 때 느꼈던 절대적인 침묵과 어둠, 노출 콘크리트의 온화한 색감과 식당의 붉은색 커튼의 강렬한 대비, 예배당 안의 빛, 소리의 울림들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때 방문했던 롱샹성당은 몇 해 전 세 번째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그랬듯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언덕 위에서 흰색 빛을 발하며 서 있었다. 건축물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롱샹성당이 유일하다.

몇 번을 더 방문해야 제대로 현실감 있게 다가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감히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건축물이다. 몇 해 전부터는 대전광역시건축사회의 임원으로 해외 건축 답사 루트를 직접 기획 했었다. 답사대상 건축사와 건축물을 먼저 정하고 루트를 연결하였다. 201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로 입국해 암스테르담에서 출국하는 루트를 선택하였다. 그 루트 속에는 피터 줌터의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과 콜룸바 아트 뮤지엄이 포함 되어 있었는데 그의 건축물에는 위에서 언급한 거장들의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이 있었다. 수차례 해외 건축 답사를 거치며 경험했던 다양한 종류의 훌륭한 건축물들은 설계 작업에 직접적인 좋은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행을 준비하며 6개월을 보내고 여행을 다녀온 감흥으로 나머지 6개월을 보내며 1년을 보냈던 시절이 한없이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부디 속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해외 건축 답사를 다시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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