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성 건축사
강준성 건축사

사무소를 개소한지도 벌써 3년이 조금 지났다. 자리에 앉아 그동안의 일들을 되뇌어 보니 놀이터 설계, 용도변경, 설계공모, 주택설계, 근생설계 등 짧은 시간 동안 제법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 들어 하나씩 준공작이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광진구에 설계한 다가구주택 준공 사진을 찍게 되어 오랜만에 현장을 방문하게 됐다. 눈이 수북이 쌓이던 겨울에 특검을 받아 준공이 났는데 벌써 완연한 봄이 되어 감리를 볼 때 다녔던 동네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준공 후 서너 달의 짧은 시간 동안 건축주의 의도들로 가구와 소품들이 채워지고 건축주의 삶이 제법 묻어나서인지 꽤 집다워짐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던 공간들과 마감에 아쉬움도 남는다. 

이곳을 포인트로 사진을 찍으면 분위기가 좋겠지 하고 생각했던 공간과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좋은 느낌을 받아 그곳을 포커스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항상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통상적으로 필요한 공간들과 의도한 공간들을 나열하고 그 공간들의 균형과 시퀀스를 생각해서 어느 정도 건축주의 생활패턴을 예측하며 건물을 설계하는데 이런 작은 집을 설계하는데도 생각지 못한 우연적인 공간 활용과 쓰임을 볼 때 섣부른 예측과 짐작들에 또 한 번 주의를 하게 되고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었던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학교 후배이자 같은 건축설계업에 종사하고 있는 건축주가 찾아와 함께 설계를 진행하며 가졌던 수많은 미팅과 인허가 과정 중 주무관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 계획안, 시공사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해관계와 시공적 한계로 인해 바뀌게 된 공간들, 준공을 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해석되어 삶이 입혀진 건축물에서 처음 내가 의도했던 공간들의 성격과 모습에선 조금은 달라졌지만 처음 의도와 방향성에서 같은 결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들과 이 모든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건축물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느 한순간도 허투루 놓아버려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좋은 건축물을 지으려면 좋은 건축사, 건축주, 시공사를 만나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그 들 사이의 관계와 방향성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은 건축사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를 어느 순간부터 관습적으로 익숙한 방식으로 보내왔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돌이켜본다. 다시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시간과 비용이라는 핑계로 내 스스로를 정당화시키지 않고 건축을 시작함에 있어 그 과정들을 허투루 놓치지 않으려 한다. 순간순간에 소중함을 느끼며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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