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법적으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법적 침해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설령 법적 소송에서 지더라도 피해보상 범위가 넓지 않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례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 때문인데, 건축사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건축사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와 실질적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며, 건축사 업역에 대한 불법적 침범을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손해배상 시스템 구축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국회에서 모 건축단체 차기 대표로 일컬어지는 이가 건축사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건축사가 법률적인 권한을 갖고 설계를 하지만 주어진 권한은 건축물의 설계, 감리 이런 몇 가지 기술적인 부분들에 국한되어 있다”라는 오해의 소지가 강한 발언을 했다. 적어도 공인이라면 특정 직업에 대한 발언을 할 때에는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을 보면 오해하기 딱 좋았다.

그래서일까? 의료수가는 의사들이 주로 언급하고, 변호사 소송비용 또한 변호사들이 언급한다. 그런데 유달리 건축사의 업무 대가는 제3자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한다. 이들의 폭력적인 월권은 이제 언론 등 대중매체 또는 각종 강연에서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 전 어떤 책을 쓴 저자가 설계비 관련 대응매뉴얼을 언급했다. 사용승인 시 설계비의 30%를 준다는 대목에서는 분노가 일었다. 얼마나 건축사를 쉽게 보면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까?

기획업무, 건축설계 등의 건축사 고유 업무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함부로 남용되고 오용되는 경우도 최근에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온라인 기반의 프롭테크 기업들이 무료 또는 저가의 기획업무를 한다고 홍보하고, 심지어는 건축 설계 영업까지도 하고 있다. 프롭테크들의 새로운 도전을 거부하진 않지만, 이들이 법적 영역이면서 생존의 권리 영역까지 무단으로 침범하는 일들은 강력하게 저지해야 한다. 더불어 플랫폼 중개업을 하고 있는 일부 온라인 플랫폼사 역시 건축사들을 농락하는 일이 많다. 수주에 대한 압박과 영업 갈증으로 이런 플랫폼에게 끌려 다니는 건축사들의 현실이 슬프고 화가 날 지경이다. 

혹자는 협회에 이런 플랫폼 중개를 막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의 한계로 협회가 나서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법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도서, 강연, SNS 등을 통한 제3자들의 건축사 업역과 활동에 대한 월권과 권리침해에 대해서는 협회가 적극 나서서 강력한 소송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그런 소송과 법적 대응을 위한 법적 기반과 제도가 필요하다면 당장 추진해야 한다.

천만다행으로 현 집행부에서 이런 권리 침해 방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지만 단지 노력과 연구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즉각적인 실행과 성과가 있어야 하며, 돈키호테처럼 예측 불가능하지만 날카롭고 꼼꼼하게 협회가 건축사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뛰어야 한다.

만약 회원들, 건축사 개개인의 참여가 필요하다면 호소나 캠페인을 해서라도 모두의 참여와 여론 환기가 절실하다. 건축사 개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협회고, 건축사 개개인의 생존을 위해서 노력해줘야 하는 것이 협회다. 그리고 그런 협회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일만 여명이 넘는 우리 건축사들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