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효 건축사
현명효 건축사

우리 주위에는 건축과 관련된 분쟁들이 참 많다. 분쟁의 유형도 참 다양하다. 거의 모든 건축 현장에 크든 작든 분쟁이 없는 현장은 없는 것 같다.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소송에 드는 비용과 기간 등을 고려하면 소송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고, 소액인 경우에는 설사 승소한다고 해도 실익이 거의 없어,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건축과 관련한 분쟁을, 조정을 통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2014년에 국토교통부에 건축분쟁전문위원회가 설치되었고, 현재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건축분쟁전문위원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위촉한 건축, 법률,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건축법에 따라 건축관계자와 인근 주민 간의 분쟁, 건축관계자 간의 분쟁 등을 별도의 비용 없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소송절차를 진행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갈등을 원만히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5개의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간 약 500여 건의 상담과 250여 건의 조정신청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조정 성립률은 약 44% 정도이다. 또한, 2021년 6월부터는 조정위원회를 통하여 성립된 조정에 대하여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건축법이 개정되어 강제집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위원회 설립 이후 다양한 건축 관련 분쟁 사건들이 접수되고 있으며 그중에는 건축사의 업무와 관련된 사건도 약 13% 정도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축사의 업무와 관련된 분쟁 사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주로 ▲설계중단 및 계약해지로 인한 용역비 정산 문제 ▲설계변경이나 추가업무에 따른 추가용역비 문제 ▲각 설계단계의 업무수행(설계도서의 납품과 승인 여부)정도의 이견과 그에 따른 설계대금 미지급 문제 등이다.

당사자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게 되는 원인은, 아래의 조정신청 사례와 같이, 계약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당사자 간의 해석에 차이가 있고, 추가업무나 변경사항에 대해 구두로만 협의하고 정확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하지 않아, 사후에 당사자의 이해에 따라 주장이 서로 달라 합의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분쟁 조정신청 사례)
- 건축주 A는 건축사 B와 건축물의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하여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건축주 A는 요청한 사항이 설계에 누락된 것이 발견되어 계약을 해지하였다고 하며, 설계비와 감리비는 1:1의 비율로 계약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지급한 용역비 중 감리비 반환을 요청하였고, 건축사 B는 협의된 계획도면대로 건축허가된 것이며, 감리비는 별도로 계상된 것이 아니므로 반환할 감리비는 없고, 오히려 추가업무에 대한 비용을 요청하는 사건으로, 조사 결과, 계약서에는 설계와 감리업무에 대한 금액의 구분이나 비율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으며, 전체 용역금액에 대한 지불시기와 비율만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계획설계와 기본설계의 승인 여부나 계약해지에 대해 협의하거나 서면 등으로 통보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많은 건축사가 ‘설계업무표준계약서’와 ‘감리업무표준계약서’를 편의상 그대로 사용하는데, 표준계약서는 계약에 필요한 일반적인 사항이 포괄적으로 되어 있으므로, 관행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분쟁의 소지가 있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하여는, 계약서 작성 시에 해당 용역에 맞추어 조문 내용을 적절하게 조정하여 작성하고, 업무 진행 중에는 협의 사항들은 상세하게 문서로 작성하며, 설계 단계별 도서의 납품과 승인 여부를 명확하게 정리하여, 문제 발생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서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업무수행 과정 중의 합의 내용이 상세하게 문서화되어 있는 경우에는 문제 발생 소지가 적고, 분쟁 발생 시에도 조정이 용이하다. 

· 용역 업무범위 및 기간(행정업무처리 범위, 계약금액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업무, 감리업무    범위 및 기간 등)
· 용역대가의 산정 방법과 근거, 구체적인 지급 시기 및 방법, 지체상금의 포함 여부 및 기준
· 설계변경 및 추가업무, 감리기간의 변경 등에 대한 추가보수의 확정(산정기준 및 방법) 
· 설계 단계별 업무 내용 및 단계별 비율(전문공사별 업무 범위 포함)
· 설계 단계별 업무 기간 및 납품 도서의 목록, 납품 방법과 승인요청, 승인 기간 등
· 설계, 감리 일괄 계약인 경우, 각각의 비율
· 계약 해지 시, 해지 사유 문서 통보, 기수행된 설계도서의 저작권 및 사용권 확정

분쟁은 없는 것이 가장 좋으나, 불가피하게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소송으로 가기 전에 건축분쟁전문위원회의 조정제도와 상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 발생의 소지를 줄이며, 당사자 사이에서 원만하게 해결하여 큰 갈등과 분쟁이 되지 않도록, 먼저 계약서와 업무 수행과정을 잘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든 건축사와 관계자들이 잘 준비하여, 수행하는 모든 업무에 어떠한 문제나 분쟁도 발생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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