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에 목숨을 스케치한 설계자’ 출간

종이 위에 목숨을 스케치한 설계자(세계로미디어)’가 지난 2월 출간됐다. 현직 건축사(우지환/.엑스퍼트벤쳐 건축사사무소)가 펴낸 이 책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EO가 되기까지 저자의 성장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자전적 에세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생존을 위한 삶의 터전에서 발생한 사실적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는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일을 대하는 마음과 정교한 접근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닥쳐올, 아니 아직 미래를 미루어 짐작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이제 곧 알몸으로 내던져질 엄혹한 사회에 맞닥뜨릴 젊은 분들에게도 도전정신을 무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기성회비를 내지 못해 집으로 쫓겨왔던 기억, 그로 인해 매를 맞았던 기억, 동업에 실패한 기억, 소송과 압수수색 경험 등 지독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건축사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과 이후의 과정 전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던 은밀한 경험까지 감추지 않고 털어놓은 일대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대를 끌어낸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나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 심지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까지 삶의 굴곡진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은 늘 존재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분명 변하지 않고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한 건축인의 이야기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공부는 사치였던 궁핍한 가정에서 성장한 저자는 공고를 졸업하고 갓 입사한 회사에서 배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후 군대에서까지 대학 진학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결국 진학에 성공한다. 평생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주경야독의 길을 걸어 건축사이자 한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우뚝 선 것이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가난은 저자에게 배움의 용기를 갖게 했고, 쉼 없는 노력과 인내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가난을 겪어본 사람에게 가난은, 사람을 좀 더 치열하고 빈틈없이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의 에너지원이 아닐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275p)”

저자는 첫 사업이었던 동업에서의 쓰디쓴 실패와 극복을 통해 나름의 완성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또한 저자 자신이 오랜 기간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온 생의 궤적을 공간 이력서를 통해 되돌아보고, 저자를 낳아준 부모와 자식을 통해 효의 진정성을 토로한다. 그리고 남겨진 인생은 반드시 행복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변함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책은 엄청난 성공이나 괄목할 만한 발전 또는 남다른 도약으로 굉장한 돈을 벌어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직접 겪은 고난과 실패가 모여 이룬 작은 완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선택하는 분들에게 내 이야기가 공감을 넘어 절박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짧지 않은 시간 내가 겪은 힘겨웠던 날에 있었던 아픔과 고통, 그러나 그런 고난과 실패가 모여 이룬 작은 완성의 이야기도 공유되어야 한다. 그런 내 이야기의 공유는 필요한 분들에겐 반드시 공감이라는 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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