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 46개소 중 10개소 사업 마무리
개별주택 집수리부터 골목길 중심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도 마련

#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연남동 경의선숲길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조용한 골목길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일명 ‘연남동 세모길’이다. 좁은 길을 따라 60여 동의 저층주거지가 밀집한 오래된 골목길로,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다. 또 주민들은 오래된 하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오수에 시달려야 했다. 세모길에 변화가 시작된 건 3년 전이었다. 2018년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되면서 도시가스가 공급됐고, 노후하수관도 정비해 악취가 사라졌다. 울퉁불퉁한 바닥엔 새 보도블록이 깔렸고, 노후된 담장은 없애거나 낮춰 이웃 공동체도 살아났다. 덕분에 요즘 세모길엔 카페와 상점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활력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 시작한 ‘골목길 재생사업’ 사업지 총 46개소 가운데 연남동 세모길을 포함한 10개소의 재생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골목길을 따라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 이내의 ‘선’ 단위로 추진되는 현장밀착형 소규모 재생사업이다. 재건축이 어려운 폭 1~2미터 내외의 오래된 생활 골목길부터 8미터 미만의 골목상권 등이 대상이다. 도시개발에서 제외돼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지역 등을 재생해서 슬럼화되는 것을 막고,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이다.

골목길 재생의 가장 큰 특징은 작지만 실속 있는 변화를 빠르게 체감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도시재생이 비교적 대규모로 장기간 진행된다면, 골목길 재생은 소규모로 3년간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주민협의체 구성과 주민의견 수렴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주민들의 불편‧요구사항도 적극 반영할 수 있다.

사업은 총 3년에 걸쳐 추진된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해 1년 동안 실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소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2년간 본격적으로 골목 환경개선 사업을 시행한다.

서울시는 이번에 사업이 완료된 골목길 10개소의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실속 있는 생활 인프라 조성 ▲낙후한 보행환경과 골목경관 개선을 통한 안전하고 매력적인 주거지 재탄생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이웃 간 정이 살아있는 골목길이다.

일례로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은 20년이 훌쩍 넘은 노후하수관을 전면 교체하고, 각 주택의 빗물 홈통을 하수관에 직접 연결해 악취와 오수 문제를 없앴다.

열악한 보행환경과 골목경관도 개선되어 안전하고 매력적인 주거지로 재탄생했다. 난간도 없이 낡고 경사져 오르내리기 힘들었던 골목에는 계단을 설치하고, 야간 시간대 안전한 보행을 위해 가로등도 교체했다.

◆ 골목길 중심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 마련

개별 집수리도 이뤄졌다.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을 받아 사업지 10개소에서 총 21개 주택이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됐다.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은 서울시가 2016년부터 노후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과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집수리 공사 시 공사비의 50%(단독주택 최대 1,550만 원)까지 보조해 주는 사업이다.

골목길 재생은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이웃 간 정이 살아 있는 골목길을 만드는 ‘공동체 강화’에도 역할을 했다. 사업지마다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재생사업을 주도하고, 주민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총 110여 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와 주민협의체 회의,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서울시는 이번 골목길 재생사업의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다른 사업지에 적용하고,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 등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개별 집수리를 통한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골목길 재생사업지 내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골목길 중심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골목건축가’와 연계해 지역 맞춤형 건축컨설팅으로 집수리와 주거 환경 개선을 지원할 예정이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기존의 재생사업이 대규모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탓에 소외되기 쉬웠던 골목길을 재생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골목길 재생의 목표”라며, “마리 혈자리를 자극해 순환 통로를 열어주는 것처럼 서울의 실핏줄인 골목길에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 전체가 골고루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살고 싶은 골목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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