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서울과 부산은 어찌 되었건 중앙 집중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늘상 표본이 되고 샘플이 되는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정책들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국가정책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건축사들이 주목해야 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각각의 후보들은 다양한 부문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낯익은 얼굴의 정치인들이 저마다 자기를 뽑아 달라고 외친다. 각종 매스컴에서도 매일 이들의 동향과 발언이 나온다. 온갖 신변잡기부터 부문별 공약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건축사라는 전문직 종사자인 덕분에 좀 더 주목하고 바라보는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닌 건축분야 공약이다.

올해 선거에는 건축적인 화두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위 ‘21분 콤팩트 시티’, ‘25개 다핵도시’, ‘보행 중심 도시’ 등등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구호들과 선언들이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주제도 아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원조 논란을 일으킬 만큼 각자의 구호들과 공약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을 전문적 업으로 하고 있는 협회와 건축사 회원들은 이들의 공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바로 우리 건축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콤팩트 도시와 다핵도시들은 전부 건축적 언어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계와 노동계의 변화가 나타나고, 코로나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비대면이라는 초유의 사회 현상을 이끌어 냈다.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면서 유럽은 다시 국경 봉쇄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도, 끝없는 변종 바이러스로 과거와 같은 자유로움이 불가능 할 듯하다.

코로나 전염병이 등장하기 전에 시장은 이미 초 양극화로 재편되고 있었다. 단지 비대면이 아니라 온라인 배송 체제가 완비된 양적 양극화의 시대다. 한국에서는 쿠팡, 미국에서는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기업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성장한다. 반면에 이탈리아 카페의 바리스타를 만나 소소한 즐거움을 갖는 대면 업종들은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는 극단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어디 이런 소매업뿐일까? 중요한 포인트는 낭만적인 슬로우 시티 운운의 보행권이 아니라 전염병을 운반하지 않는 활동 반경, 통제되는 생활 반경의 경제적 사이클 구성이다. 문제는 이런 활동 범위에서 개인이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생산성은 미비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축은 제한된 물리적 범위 안에서 다양한 기능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번 시장 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낭만적으로 걸으며 장을 보고, 학교를 가고, 목적지를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범위 안에서 경제적 성과와 생산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상위 1%가 아닌 대다수는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중간 값의 생산성과 수익성으로도 살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 구조가 되어야 한다. 적정한 밀도는 필연적인 것이다. 산골짜기 1킬로미터마다 집이 있어서는 도저히 최소의 경제적 효율성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도시는 오히려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도시의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문가가 나서, 정치인과 함께 할 때 만들어진다. 관건은 진짜 전문가가 도울 수 있는, 또는 전문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누군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샘플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건축이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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