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연구원, 디지털정보 디자인과 건축설계 ‘스케일 업’ 강조
건축물이 갖는 복잡성 증대, 건축사 총괄 능력의 중요성도 높아져

융‧복합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건축사들은 정보 기반의 건축설계가 필요하고, 미래도시 구현의 기반을 구축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정부 정책에 발맞춰 건축정보모델링(이하 BIM)을 통해 기존 ‘디지털디자인’을 ‘디지털정보디자인’으로 발전시키고, 건축설계를 ‘스케일 업’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건축사 역할과 대응’ 보고서에서 건축사들도 설계 이외에 정보와 기술 측면의 강화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과 스마트시티, BIM 등을 통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건축서비스산업 변화와 건축사 대응 방안 모색에 따른 결과이다.

2016년 2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은 특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전개되고 있으며,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잇는 인류 발전의 새로운 장”이라고 말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은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여파로 건축사 업무의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기존 안전한 건축물의 설계, 쾌적한 공간환경의 제공, 건축물의 질적 향상, 건축문화와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서 ▲BIM 설계업무 ▲친환경건축물의 인증 관련 설계업무 ▲지능형건축물의 인증관련 설계업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설계업무 등이 새롭게 건축사 업무범위에 추가되고 있다.

사회의 친환경, 에너지, 정보통신에 대한 요구 증대에 따라 건축설계가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변화가 제도권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건축사의 업무 영역과 역할도 다양화되고 확대되고 있다.

이런 건축의 첨단 기술과의 융‧복합은 건축사 업무의 복잡성을 높이고 있다. 복잡성을 해결하는 방법은 전통적인 건축디자인 능력, 법규 해석 능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활용한 설계를 수행하는 것이다.

◆ 디지털 정보 디자인으로 발전, 건축설계는 스케일 업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정보의 작성, 활용과 전달 방법이 달라진다고 소개하며, 건축사가 설계를 시작할 때 필요한 지형도를 예로 들었다. 실제 과거의 지형도는 사람이 측량기로 측정한 등고선으로 작성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드론과 3D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더 정확하고 빠르게 3D 정보를 구축한다. 때문에 향후 설계자가 사용할 지형도는 2D가 아니라 3D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기술 발달에 따른 건축설계 방식의 발전 단계는 ‘핸드드로잉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디지털정보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인 건축설계 방식인 핸드드로잉 디자인은 설계자가 종이에 작성한 도면으로 건축 관계자와 정보를 교환했고, 정보의 활용 범위는 설계와 시공영역에 한정됐다.

건축사의 역할 방향(스케일 업)
건축사의 역할 방향(스케일 업)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설계 방식은 디지털정보디자인 방식으로 2000년대 초부터 진행된 BIM의 확산과 이어진다. BIM을 통한 디지털정보디자인 방식으로의 전환은 생산하는 디지털정보의 형태를 2D에서 3D모델(디지털 트윈)로 전환하는 것이다.

디지털정보 디자인은 과거 이스트만이 지적한 2D정보의 한계에서 발생하는 업무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정확한 공사비 산출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각종 시뮬레이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정보의 활용 범위에 있어서도 설계와 시공 중심에서 유지관리와 도시공간 정보 구축으로 확장되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인 AI, 3D프린팅, AR 활용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과의 융합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디자인에서 디지털정보 디자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2차원이 아닌 3차원 공간 정보를 구축하고, 자재 정보와 시뮬레이션을 위한 정보를 입력하는 등 건축사가 생성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크게 증가한다. 건축물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건축사가 종합해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이는 건축 과정에서 건축사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과거부터 건축사가 해오던 고유의 역할을 공고히 하면서 건축서비스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 디지털 정보 설계를 위한 준비, 코디네이팅 역량 강화

최근 건축물이 갖는 복잡성의 증대는 건축사 총괄(코디네이팅) 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BIM은 건축뿐만 아니라 관계전문기술분야인 구조, 기계, 전기, 소방에서 기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구축하며, 그것을 총괄하는 건축사의 코디네이팅 역량에 대한 요구가 높다.

기존 건축 과정이 설계가 일정 단계 확정된 후 관계전문기술자와 시공자가 참여하는 것과 달리 BIM은 설계 초기 단계에 건축관계자들이 참여해 정보를 구축하는 통합발주방식을 추구한다. BIM은 상세한 정보를 구축하는 만큼 설계변경 발생 시 요구되는 업무량이 2D 설계보다 많아 설계변경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설계자에게도 중요하다.

이런 일련의 흐름으로 볼 때 전통적인 디자인 교육만으로 건축설계와 관계 기술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건축사의 업무에 대한 재인식과 교육 개선으로 건축사의 종합조정 능력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구조, 기계, 전기, 소방 등 관련 분야의 BIM 도입은 건축분야보다 더딘 상황으로 BIM구축이 불가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관계전문기술 분야의 모델링에 대한 관리능력도 요구된다.

건축연구원 관계자는 “전문지식 습득과 실무적 활용능력을 갖춘 건축사들이 만들어내는 첨단 기술 적용 건축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VR 비대면 상담, 센서를 통한 실내공간 밀집도 관리, 출입자 통제, 방역관리 등 적절한 빌딩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이와 더불어 미래에 발생할 각종 사회문제들에 대한 예측‧대처방안 마련에 전문가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서비스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촉진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비자격자의 BIM 수행 근절’, ‘BIM 대가기준 마련’, ‘BIM 도입지원 프로그램 마련’, ‘자재정보모델 등록 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비된 인프라와 제도를 빠르게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건축연구원에서 수행한 연구보고서는 협회 홈페이지(www.kira.or.kr, 알림·참여광장→ 건축 연구원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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