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발전, 마음과 정성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
마음의 여유 갖고 지역문화 활동 병행하면 삶의 에너지 얻을 수 있어”

문화원은 각 지방의 향토문화 창달을 위해 문화 및 사회교육사업을 실시하는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거, 1963년 설립돼 이천의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천문화원의 원장으로 작년 2월 현직 건축사가 취임했다. ()대우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사이면서, 30여 년 동안 활발한 지역문화 진흥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성원 이천문화원장을 지난 1126일 직접 만나봤다.

조성원 이천문화원장(주.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경기 이천). (사진=장영호 기자)
조성원 이천문화원장(주.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경기 이천). (사진=장영호 기자)

 차 문화·한지공예 등 문화학교 운영, 아카이브 및 문화교류사업 추진
이천의 문화는 이천문화원에서 시작
지역문화 돌아보며 문화 활동 병행, 삶의 에너지 얻어 큰 기쁨

Q 이천문화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조금씩 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차에, 지인의 추천을 받고 1991년 이천문화원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하는 문화원의 설립·운영 취지였어요. 사장되어가는 우리의 옛 문화를 꺼내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문화원 활동은 옛 문화를 끌어내고, 살려내고, 돈을 써가면서 하는 일종의 봉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천문화원과 연을 맺고 감사, 이사,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이천) 문화발전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원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Q 옛 것이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 같은데, 건축이념도 유사할 것 같습니다.
내 문화에 맞는 편리한, 우리 문화에 맞는 건축을 추구합니다.
유럽이 기독교 건축문화를 갖고 있듯 우리나라만의 건축문화가 있는데, 이것이 발전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건축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건축이 건축사 중심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행정 형편에 맞는 건축, 즉 저렴한 건축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화가 깃들고, 미가 조화된 건축이 지어져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요. 건축이 바로 문화의 꽃입니다. 문화적으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좋은 건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곳에서는 불교와 유교의 건축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절, 향교, 서원 등 옛 건물이 대표적입니다. 건축할 때 창문을 하나 내더라도 창살을 넣어서 내부창을 만들게 되면, 외부는 양옥이지만 내부는 한옥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양옥으로 지으면서 일부에 구들을 설치해 구들방이 세 개인데, 아무래도 따뜻한 정도와 느낌이 다르다 보니 집을 방문하는 손님의 반응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문화와 건축이 어우러진, 더 아름답고 많은 의미를 지닌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인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Q 이천문화원장으로서 문화원이 중점 추진하는 사업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표적인 사업 세 가지를 꼽자면, 첫째로 문화학교 운영을 들 수 있습니다. 짚풀공예, 한지공예, 차(茶) 문화 등 우리 생활문화와 연결됐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과 청소년 교육을 운영 중입니다.
두 번째로 시골의 옛 문화가 소실되지 않도록 기록하는 아카이브 사업이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 문화원사를 이전하며 이천시민기록관을 마련, 이천학(利川學)의 기치를 걸고 자료수집, 기록영상스튜디오, 디지털 자료변환, 이천문화아카이빙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동네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등 생활상을 그대로 담은 기록지인 마을지 만들기 사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국내·외 문화원과 자매결연을 하고 문화교류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는 안동·제주문화원과 결연을 맺고 있으며, 국외는 도예마을로 유명한 일본 고카시국제교류협회와 25년 넘게 교류하며 도자문화의 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설봉문화제, 도자기축제, 국제조각심포지엄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지역축제를 기획하거나 개최했고, 이천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자료를 발간하며 이천 고유 전통문화의 전승과 선양 활동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일을 했기에, 이천의 문화는 문화원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혹 건축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사업이나 계획 중인 사업이 있습니까?
현재 문화원 사업 중 건축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사업은 없습니다. 다만 타 지역 문화원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심재생사업에 참여하는 곳이 있습니다. 문화원이 다른 문화기관이나 단체와 비교해 강점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면 모든 사업을 지역성에 근거해 추진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건축과 관련해 문화원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폐교, 창고, 가옥 등 세월에 밀려 사용되지 않는 유휴공간을 지역문화를 담은 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이천문화원의 향후 숙제로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존의 형태를 탈피하고 실험적인 성격의 문화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이천문화원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시민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이끌어가는 설봉문화제를 만들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 걸맞는 지역문화를 함께 생각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Q 건축과 문화 간의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또,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굳이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도자기는 1,200℃의 열에서 탄생합니다. 도자기의 제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고, 건축설계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문화와 건축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죠.
지역문화발전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과 정성으로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예술 활동은 주로 전문가들이 하지만, 문화 활동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생활이 바쁘다 보면 문화에 무관심해지는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역문화를 돌아보며 문화 활동을 병행하면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건축사분들께도 문화원 활동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역문화원 활동은 제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기본 회비도 만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문화원 활동에 참여하며 지역문화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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