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체 실명화로 막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7일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우리 산업안전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체 산재 사망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 현장의 사망자(이고), 사망사고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2014년 992명에서 2019년 855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적처럼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같은 기간 434명에서 428명으로 답보상태이다. 주요 해외 선진국이 전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20명으로 2018년보다 122명 감소했지만, 사고사망자의 50.1%인 428명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이중 공사비 120억 원 이하가 74.3%, 20억 원 이하가 53.8%인데, 이는 사고가 집중된 곳이 중소규모 건설현장이라는 말이다. 또한 문 대통령의 지적은 건축계 쟁점으로 부상한 건설안전특별법,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무관하지 않다.

◆ 처벌에 집중한 건설안전특별법···건축‧건설업계에서 환영 받지 못해

현재 김교흥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은 큰 틀에서 보면 발주자와 기업의 경영진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기존 법을 고쳐 벌금을 대폭 확대하는 취지의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패널티에 대한 부분이 강조됐다. 안 30조에서 건설사업자는 소속 근로자 등이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한편, 발주자도 보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건설사업자의 사고이력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산정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안 33조 및 34조에서는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업자, 건설기술용역사업자, 건축사에게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자격정지를 부여하거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더해 안 38조는 발주자‧설계‧시공‧감리자가 이 법에 따른 안전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을 도모하며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과도한 처벌에만 집중된 법안이라는 이유로 건축‧건설업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법률안이 되고 있다.

◆ 건설주체 실명화로 법적 실효성 확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안전특별법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는 데 산업안전보건법도 특별법으로 상위법이 무엇인지 혼란이 예상되고, 상반되는 내용이 중첩되는 경우 더욱 혼란이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영업정지 부과에 추가해 징벌적 경제적인 손해를 주기 위한 매출액의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은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높은 수위의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단의 개정이 이뤄진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발생 위험 시 노동자는 즉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사업주의 불이익 처우는 금지된다.

문제는 이 같은 법률안들이 사고 발생 비중이 높은 소규모 건설현장 여건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진짜 문제점은 건축주 직영이거나 면허 대여에 의한 ‘익명 건설자’들의 공사이다”면서 “책임소재로부터 빠져나가기 쉽고, 따라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설현장이 되고 말기 때문에, 건설주체의 실명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익명 건설자들의 소형 공사의 경우, 건설주체의 실명화가 확보되지 않아 법적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A건축사도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건설 산재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형 민간건축 현장의 책임과 처벌 대상의 실명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건축주 직영제 폐지, 안전 감리공영제, 소규모 건설업 면허 신설, 건축사 공사 위탁관리제 등의 제도도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건축주 직영공사나 건설업면허의 공급부족으로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면허대여 공사가 중소건설현장 사고를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A 건축사의 주장의 요지는 건설업자 시공대상 건축물의 범위를 확대시킴으로써 불법 건설업 면허대여가 증가하고 있고, 건축주 직영공사의 경우에도 시공능력이 부족한 건축주나 동네 공사업자들에 의해 시공이 이뤄져 공사안전과 품질확보가 어려운 만큼 직영공사 범위를 축소하자는 뜻이다. 때문에 건축사 공사 위탁관리제 도입도 중요하다. 공사 위탁관리제의 경우 건축주로부터 위탁받은 건축전문가에 의한 각 공정별 시공업체 선정, 건축자재 선택, 품질, 공정, 안전, 비용 등 관리가 이뤄지는 제도이다.

소형 건설업 면허제는 건축주 직영공사와 면허대여를 통한 공사를 대체할 수 있고, 건축사 공사 위탁관리제는 공정별 안전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A 건축사는 “소규모 현장 책임자 상주 문제도 어려운 숙제이다”면서 “적정한 공사비와 안전관리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적정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하도급 관행 개선을 위해 별도의 정부 표준단가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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