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서원‧향교‧서당 20건 ‘보물’로 지정 예고…서당 보물 지정은 처음
안동 도산서당, 퇴계가 건축에 직접 참여…16세기 건축형식 잘 나타나

서원과 향교 등 옛 교육기관들이 대거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99호 ‘강릉향교’의 명륜당 등 20건의 서원과 향교 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된 서원과 향교 문화재들을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강원도가 2건, 경기도 3건, 충청도 1건, 전라도 3건, 경상도 11건이며, 서원이 3건, 향교가 14건, 서당이 3건이다.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서원은 7건, 향교가 8건이며, 서당은 이번에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됐다.

이들 문화재가 보물로 예고된 배경에는 건축적 가치가 있다. 서원과 향교 문화재들은 ▲절제‧간결‧소박으로 대변되는 유교문화를 건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고 ▲역사적 인물이 건축에 관여하거나 배향되고 있는 역사성이 잘 담겨있으며 ▲남북의 축을 따라 동‧서에 대칭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공간구성이 위계성을 보이고 있고 ▲중수, 중건 등의 건축이력이 기록물로 잘 남아 있는 등의 가치와 특징들이 높이 인정된 건축물들이다.

문화재청은 2018년부터 ‘건조물 문화재에 대한 지정가치’ 주제연구를 통해 지난해 누정(樓亭) 문화재 10건을 보물로 지정한 바 있으며, 2019년부터는 430여건의 서원(서당 포함)과 향교들 중 전문가 사전 검토를 거쳐 선정한 총 33건을 대상으로 지정 조사해 최종적으로 이번에 20건의 서원과 향교들을 대거 보물로 지정 예고하게 됐다.

강릉향교 명륜당은 강학공간의 중심으로 유교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건립된 건물이다. 정면 11칸, 측면 2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의 건물로, 전국 향교 명륜당 중 가장 큰 규모의 누각형 건물이다. 다른 일반 향교와는 달리 누각 문루형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조선 초기 문루에서 명륜당으로 정착되는 과정의 과도기 형태로 남아있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향교 건축의 전형 보여주고, 서당은 최초로 보물로 지정 예고

강릉향교 도무‧서무‧전랑은 19673년에 보물로 지정된 강릉향고 대성전의 일곽에 해당하는 건물들로 이전이나 이축 없이 건립 당시의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대성전과 함께 향교 건축의 전형을 담고 있다.

동무‧서무는 정면 5칸, 옆면 1칸 규모의 단층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로 동무에 홍유후, 설총 이하 58위, 서무에 최치원 이하 57위가 봉안되어 있다. 전면 양 옆칸에 사롱창이 설치되어 있는데 창틀의 모서리가 연귀맞춤으로 되어 있고, 안쪽으로 동글게 잘라내고 다듬어 실내에 많은 채광과 환기가 잘 될 수 있도록 고려한 고식이 눈에 뛴다.

강릉향교의 전랑은 전면의 학업공간과 후면의 제향영역을 구분 짓는 출입문인 내사문과 좌우로 달린 낭이 하나의 건물로 기능한 것으로, 정면 9칸, 옆면 1칸 규모의 단층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이다. 정면 정칸과 좌우 퇴칸에 문이 설치되고, 나머지는 벽체로 마감되었다. 일반적인 향교의 내삼문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향교와는 달리 행랑형식으로 되어 있어, 명륜당과 마찬가지로 강릉향교만의 독특한 건축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수원향교 대성전 ▲안성향교 대성전 ▲안성향교 풍화루 ▲산청 단성향교 명륜당 ▲밀야향교 대성전 ▲밀양향교 명륜당 ▲상주항교 대성전‧동무‧서무 ▲경주향교 명륜당 ▲경주향교 동무‧서무‧신삼문 ▲담양 창평향교 명륜당 ▲순천향교 대성전 ▲구미 금오선원 정학당 ▲구미 금오선원 상현묘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 ▲옥천 이지당 등 20건의 서원‧향교 문화재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최초로 보물로 지정 예고된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의 경우 퇴계의 건축관이 반영된 초기 형태의 서당으로 16세기 건축형식과 독자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서당건축의 초기적인 형태인 3칸 구성이지만 좌실우당(左室右堂) 형의 보기 드문 평면으로 최소한의 공간에 주칸의 너비를 다르게 하거나 퇴칸을 활용하는 등의 변형을 통해 효용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퇴계가 건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서당건축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건조물 문화재 주제연구를 통해 가치가 알려져 있지 않은 건조물 문화재를 적극 발굴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문화재의 사회적 가치 제고와 주변 환경 정비 등 역사문화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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