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교수·사진가·비평가 5인의 건축 비평서 ‘어반 셀, 인천건축사회관’

해마다 가지각색 건축물들이 지어진다. 그중에는 현대적 미학으로 주목받는가 하면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드는 규모도 있다. 그에 비하면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어반 셀, 인천건축사회관(출판사: 간향 미디어랩)’은 88년 건축물의 리모델링 작품인 인천광역시건축사회관(이하 인천건축사회관)을 주제로 건축사·교수·사진사·비평가 5인(박재형, 류재경, 손장원, 김재경, 전진삼)의 건축 비평서다. 저자들은 국내 최초 계획도시에 지어진 일제강점기 시절 건축물이 2019년 인천건축사회관으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지역성과 맥락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진정한 ‘도시재생’과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

인천건축사회관의 또 다른 이름인 어반 셀(Urban Cell)은 직역하면 ‘도시의 세포’쯤 된다. 인천건축사회관은 지난해 개관했지만 사람 나이로 치면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를 지켜온 88살 고건물이다. 설계를 맡은 박재형 건축사는 남아있는 개항기 시절의 건축양식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일본 전통 건축의 분위기를 살리되 철골로 내부를 보강하고 화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회벽으로 마감했다. 썩거나 노화된 목재 부분은 다른 재료로 대체하거나 기존 재료를 덧댔다. 어느 부분을 살릴지 판단하는 데에는 손장원 교수의 연구가 역할을 했다. 몇 년 전까지 식당이었던 건축물이 오랜 과거에는 창고사무실, 질소카바이트 판매점, 선박용품 상점 등으로 이용됐음을 알아냈다. 이쯤 되면 왜 인천건축사회관의 이름이 어반 셀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흔적을 되짚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노력들이 있었기에 항구도시의 풍경을 간직한 인천건축사회관이 탄생할 수 있었다.

"건물 자체가 품고 있는 지난 시기에 대한 기억의 재생도 중요하고, 이 시대에 새로운 쓰임새를 통한 자기규정도 중요하다. 죽어가는 세포를 도려내고 건강한 유기체로 작동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서, 지나온 90년의 시간 이상으로 더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자리를 지켜나가게 될 건물의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위해 이 건물의 사용자들이 준비해나가야 할 것들에 대한 비평적 관점에서의 제언을 책의 이름에 담았다.”

도시재생사업이 몇 년 전부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옛 것을 허물어 새로운 것만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축적된 가치들에 주목해 지역적인 개성을 계발하자는 일종의 반성이 담겨 있다. 개발이란 명목 아래 역사가 훼손된 사례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이는 비단 건축만의 문제는 아닐 터. 이 책은 인천건축사회관의 건축 스토리를 통해 역사가 깃든 고건물의 가능성을 반추한다. 그리고 조언한다. “사람의 태도가 건물의 생애주기를 결정한다”고. 건축물과 사람 모두 역사의 소용돌이를 함께 겪어나가지만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변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건축’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어쩌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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