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년 건축사교육원장 인터뷰

지난 7년은 실무교육 기본 틀 구축…이제는 자율적인 교육으로 시대 대응해야
업체-건축사 간 지식 교류도 교육으로 인정…국토부 승인 준비 중 
스마트건축기술 부담인 소규모사무소엔 그에 맞는 교육 제공할 것
윤리교육은 ‘현 시대에 유익한 내용’으로…‘강의료 무료’ 방법 모색 중
“수시로 의견 받겠다. 적극 참여해 달라” 교육원-회원 간 열린 소통 강조

올해 삼분기가 지났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은 계속되고 있다. 이 괴이한 전염병이 만든 변화는 다양하다. 사람들은 접촉을 기피하게 됐고, 유망 산업들은 가파르게 무너졌다. 반면 스마트기술은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세상을 연결시키며 급성장하는 중이다. 배달업, 온라인쇼핑의 주가는 전통 있는 대기업에 보란 듯이 상승했다. 혼란과 경쟁 속에서 건축계 역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김항년 건축사교육원장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건축사교육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2014년 ‘대한건축사협회 50년사에서’ 이미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건축사는 더 많은 정보와 기술로 무장하고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김 원장의 생각은 2020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 건축사교육원은 건축사 자격을 갱신하기 위한 수동적 교육이 아닌, 건축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능동적인 교육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27일 건축사회관 8층 회의실에서 김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축사 교육 위탁업무를 맡은 지도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건축사교육원이 추진해온 성과는 무엇이며 앞으로 계획하는 목표는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요.

2012년부터 지금까지 건축사 자격증 등록·갱신과 관련해서 실무교육의 기본 틀을 구축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위탁업무다보니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기 위한, 어떤 면에서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교육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1기라 할 수 있는 지난 5년이 ‘출발과 정착의 시기’였다고 한다면 제2기는 제1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진일보한, 보다 회원 중심 교육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그동안 건축사 실무교육를 비롯해 한옥전문가 과정,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 등 교육활동의 양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교육에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해온 말이지만 FTA, MRA 등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건축사들은 매년 경쟁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많은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건축사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Q.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그 중 하나를 올해 11월 한국건축산업대전에서 시도하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전시회에 참여한 자재 업체와 건축사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교육시간으로 인정하려는 겁니다. 아직 국토부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AIA에선 이미 관련 활동을 미국 건축사 교육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건축사들이 실무에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얻어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2015년 애틀랜타 AIA 컨벤션 참석 차 AIA EXPO에 방문했을 때 업체와의 소통에 임하는 건축사들의 태도가 상당히 진지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펜데믹 영향으로 변수가 많겠지만 상황에 맞게 새로운 시도들을 모색하겠습니다.

Q.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비대면, 스마트건축 등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육원에서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있나요?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 참 아쉽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교육이나 스마트건축기술 등은 교육원에서도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업체와 건축사 간 정보 교류 활동의 경우, 화상회의라든지 하는 것들로 대면 접촉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습니다. 해외 건축사 교육 중에는 건축사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이를 교육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교육원에서 선정한 책을 건축사가 직접 읽고 그 소감을 글로 적게 함으로써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대면 교육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교육이 가능합니다.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직접 학습하도록 돕는 외국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요즘 논의되는 스마트건축기술에 관해서는 해당 업체의 노하우를 우리 회원들이 직접 듣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한국건축산업대전 등에서 기회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관련 업체와 조인까지 해주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건축기술에 거리감을 느끼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겐 그들 규모에 맞는 해법을 다룬 교육을 제공할 것입니다, 가령 대형 건축사사무소와는 다른,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 스마트건축기술 적용을 위해 도입해야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등을 현업 종사자들에게 묻고 그 답을 들려줄 수도 있겠지요.

Q. 건축사 윤리교육에 대해서도 변화가 있을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윤리’를 너무 협의(狹義)적으로 해석했습니다. 마치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식으로 그 의미를 한정하다보니 건축사 윤리교육 또한 10대 때나 들을 법한 도덕적인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수준 높은 강사진을 초빙하고 건축사들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내용을 건축사 윤리교육에서 제공하겠습니다. 현재 회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강의료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윤리교육의 질은 높이고 회원들의 부담은 낮춰 최대한 회원들을 배려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스마트 건설기술, 무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온라인 교육을 봤습니다. 10년 이전에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만을 가지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변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 역시 스스로가 변화에 적응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변화된 사회가 건축사에게 요구하는 부분을 회원들이 편리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원이 돕겠습니다. 다만 교육원이 상설기구가 아니다보니 전적으로 교육을 개발하고 실행하기엔 인력이나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를 비롯한 십여 명 남짓한 운영위원들 모두 명예직이라 각자 시간을 내서 교육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자 진행 중인 업무와 병행하다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조직을 갖춰 교육원을 운영하려고 하면 아마 회원들에게 부담이 갈 것입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원은 항상 회원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기 내에 기초적인 기반이나마 닦아놓으려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필요한 교육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사무국에 제안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건축사 교육의 중심은 다름 아닌 건축사 회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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