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도 피할 수 없었던 심사열전, “신진의 집요함도, 지역건축문화 발전도 확인”
6일간 전국 순회 강행군, 제주부터 경기 파주까지 33작품·12개 지역 현장 방문
아직 새벽의 어스름이 남아있는 아침, 버스에 몸을 맡기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현장 방문을 마친 심사위원 일행이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신진부문 현장심사를 위한 2일차 일정에 올랐다. 올해 준공·신진부문 현장심사 대상작은 ▲사회공공부문 7개 작품 ▲민간부문 11개 작품 ▲공동주거부문 2개 작품 ▲일반주거부문 5개 작품 등 준공건축물부문 25점과 함께, 신진건축사부문 총 8개 작품이다.
7월 22일 제주도 현장 심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심사 일정은 8월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본지에서는 8월 5일과 6일 지방 현장 심사일정에 동행했다. 8월 5일에는 서울시 서초구 소재 건축사회관을 출발해 ▲충청남도 아산시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북도 익산시 ▲경상남도 하동군 등 4개 지역 5개 작품을 심사했다. 신진건축사부문과 준공건축물부문 중 사회공공부문에 해당되는 작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8월 6일에는 경상남도 거제군, 경상남도 창원군, 경상북도 안동시 등 3개 지역의 민간, 신진, 공동주거 등 3개 작품을 심사했다.
◆ 신진부문의 약진,
대안 찾는데 인색하지 않아 ‘눈길’
건축문화대상에 참여한 신진건축사들은 별도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거나 공간과 장소, 빛의 움직임과 동선들을 표현하며 설계의도를 설명했고, 서류심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와 애정을 드러냈다. 전재우 시행위원장은 “올해 신진건축사의 작품들을 만나보니 도전의식과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았다”면서, “일례로 신진 건축사들이 소재를 보다 자유롭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전 시행위원장은 “사고가 경직되거나 고정되지 않았고, 대안을 찾는 데 인색하지 않아 발전 가능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윤경 심사위원장(중앙대학교 교수) 역시 “신진과 기성 건축사와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때로 신진이 아니라 일반 작품과 경쟁해야 할 정도의 작품도 있었고, 노력하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진 작가만의 가질 수 있는 고집과 집요함에 대한 가치평가도 이어졌다. 홍성용 심사위원은 “설계부터 마감까지 참여해 끝내 자신의 의지로 완성해내는 그 집요함을 신진건축사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면서, “이제 설계의도 구현 등의 제도적인 부분의 지원을 통해 신진 건축사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 건축주와의 활발한 소통,
창의적 작품으로 이어져
건축주와의 소통도 중요한 요인이다. 건축사의 창작욕구와 시공비를 비중있게 고려하는 건축주와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데,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소통의 성장을 일면했다는 평가이다.
김진욱 심사위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은 “이번에 출품된 작품을 보면서 느낀 점이 건축 부재 등 재료를 선택함에 있어 과감한 선택을 보여줬다는 점이다”라고 말하고, “이는 곧 건축주와의 소통과 설득에 일단의 성과가 있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성건축과 비교해 경제성과 주변 환경 등도 고려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과거 모습과는 사뭇 다른 교육 등 학습의 토양 등도 성장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 일상에서의 건축예술로 자리매김,
후배들의 창작의욕 고취
민간부문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지고, 다양한 공간구성 등 프로그램의 도입이 눈길을 끌었고, 공공부문은 지형과 지물을 활용한 새로운 건축적 접근이 주목을 받았다. 최윤경 심사위원장은 “이번 심사를 통해 느낀 점은 건축주들이 건축사들의 장점을 제대로 판단해 성과를 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면서 “건축은 이제 예술을 넘어 일상적인 건축예술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민간부문의 건축예술과 디테일에 대해 ‘고무적이다’라는 표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건축문화대상의 가치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김진욱 심사위원은 “심사를 통과한 작품들이 지역의 건축문화발전을 이끌고, 후진 양성을 이끌 것이다”라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가치를 밝혔고, 전재우 시행위원장은 “현재의 한국건축문화대상이 품격 있는 도시와 공간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 면이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보다 밀도 있는 사전 심사, 공정심사를 통해 본연의 취지와 위상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경 심사위원장도 “제공되는 사진과 도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건축의 묘미를 현장심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한국건축문화대상이 국내 건축문화의 발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리 시대의 건축물을 통한 도시 및 자연과의 소통, 조화를 구현하면서, 유능하고 참신한 신진 건축사 발굴, 건축사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있는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문화 시상식이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고,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