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아파트, 중소건축사사무소의 소외현상 가속화···국가 건축경쟁력 약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연일 발표되면서 업계에서도 주택공급과 도시계획, 그리고 건축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월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례회동을 갖고,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같은 달 정부가 도심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개선과 도시주변 유휴부지·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계획도 발표됐다.

당장 국방부 소유의 태릉 골프장이 언급됐다. 태릉골프장의 시설규모는 82만6,446제곱미터(25만평)인데, 해당 규모라면 고밀복합개발이 이뤄질 경우 최대 약 1만 명이 거주하는 미니신도시를 구성할 수 있다.

도심 주택 공급이 화두인 가운데 개별건축 및 복합용도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특별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유휴부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정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역세권의 복합 집적화 개발 등 추가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용산역 정비창의 용적률 상승이 이뤄진다면 현재 기준보다 2,000세대 이상(총 1만 세대)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1970년대부터 시작된 주거안정 대책 중 대규모, 대단지 아파트를 통한 공급은 과거 정책들에서 알 수 있듯이 개발이익 등 투기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때문에 개별건축을 장려하고, 복합개발 등 역세권 중심의 통합 도시화 개발을 대안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암스테르담 사회주택 전경 (사진=sutterstock)
암스테르담 사회주택 전경 (사진=sutterstock)

실제 단지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5년 대비 약 2배가량의 가격상승이 있었고, 이에 비해 개별아파트의 경우 2015년 대비 약 2억5,000여 만 원 수준의 인상만 있었다. 단지형 아파트 모델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단지형 아파트에 대한 유사한 의견도 있다. B 건축사는 “개별건축에 비해 단지형의 가격 변동성이 훨씬 크다”면서, “단지형은 도심 내 구성 과정에서 도시 구조를 단절하는 형태이자 부동산 폭등의 시발이라는 지적도 있고, 님비와 경제적 계급을 유발하는 문제로 주요 국가들은 개방형, 개별 건축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능이 제한된 역세권을 복합화하고, 직주 환경, 그리고 소비로 이어지는 도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국내외에서는 참고할 만한 진전된 사례가 있다. B 건축사는 철길로 단절됐던 상암과 수색지역(수색증산 재정비촉진지구)을 연결하기 위해 입체적 보행로를 조성하고, 광역 중심기능을 확충한 수색역세권 복합개발 계획과 일본의 시오도메 다층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주목했다.

시오도메 지구는 개발과정에서 직주 환경의 도시 기반 정비를 유도하고, 토지 활용과 도시기능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목적을 뒀다. JR·지하철·모노레일 등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인 시오도메 지구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JR선 서쪽은 기존 기능의 발전을 촉진하고, 동쪽으로는 상업·업무 및 주거형 건물이 집적하는 복합개발을 도모했다. 지하에서 지상까지 입체적 공간 활용으로 대표되는 시오도메 지구는 보행통로를 통해 타 지구와의 연결성도 확보했다.

 

A 건축사는 “시오도메나 수색 등의 계획과 사례들을 보면 주거 공급은 물론, 네트워킹과 보행의 도시 구조화, 또 건축의 다양성을 보여준 계기가 된다”면서 “대표적인 맨해튼 도시재생 활성화 전략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배터리파크시티도 보행과 건축을 접목한 유사사례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합용도로 개발된 배터리파크시티의 경우 앞선 시오도메의 사례처럼 주거와 상업·업무 시설이 집적되어 있으면서, 오픈스페이스 등 녹지를 최대한 확보해 개방형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건축사들이 참여해 건축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경관의 개선·도시경쟁력 제고로 이어졌다.

서울을 특정해 교통 중심지나 주요 환승 거점 지역 통합개발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인 H 건축사는 “역세권 일반주거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고밀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임대·공공분양을 획기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럽의 경우 복합용도 개발로 보행가로 구축이 이뤄졌고,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면서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를 남겼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공공임대 또는 주거비율이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도 꼬집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한국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있어 덴마크와 노르웨이,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 비해 제공비율이 낮다. 유럽 국가들은 사회주택 공급에 있어 공공은 물론 비영리 조직과 조합의 비중을 높여, 정부 재정 지출 없이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B 건축사는 “지난 날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의 급격한 변동성과 아파트 가격 폭등은 단독 주택군의 개별 건축을 악화시켜 건축사들의 경제활동 업역을 위축시킨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를테면 사업 참여자를 대기업·대형건축사사무소와 공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조로 진행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는 곧 중소 건축사사무소의 소외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됐고, 국가 건축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선 서울시 공공건축가인 H 건축사는 결국 다양성과 개방성을 확보한 건축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단지형 건축보다는 개별 건축을 장려해 건축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말이다.

그는 “밀집도가 높고 세계적인 상업화가 이뤄진 도시는 토지가용성을 높여 개별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고,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면서, “또한 역세권을 활용해 지하에 통합주차장 개념을 넣고, 상업 및 업무시설은 개별 건축물의 10%내외로 하면서, 임대주택을 반영한다면 이것이 효과적인 주거안정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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