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산업전시회의 첫 출발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시작된 위원회가 하나 더 있었다. 건축자재인증위원회가 그것이다. 협회가 우수건축자재를 인증하여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그것을 산업전시회와 연계시킨다면 건축사의 자재선택권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됨은 물론 전시회의 조기 정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위원회가 시작되면서 협회가 건축자재를 인증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많은 논의 끝에 인증 대신 건축사추천서를 첨부하는 방식의 추천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추후에 협회인증여부를 추가 검토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외부에 알려진 대한건축사협회의 건축자재추천제도에 대해서 어느 업체도 추천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산업체와의 친밀한 교류의 끈이 끊어진 상태에서 난데없이 추천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니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집행부가 바뀌고 위원회는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렇게 5년을 보냈고, 다시 건축자재추천제를 언급하려고 한다. 그동안 변한 것이 있다면 한국건축산업대전이 5회 개최되었고 그동안 많은 산업체들과 교류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자재업체와의 만남이 쉽지만은 않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먼저 나오는 말은 건축사에게는 이미 자재선택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많은 영업을 해보지만 결국 자재가 납품되는 현실은 건설사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한편으로 자재선택권을 잃은 건축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에게 다시 알려주려 한다. 훌륭한 건축을 위해서는 건축사가 자재선택권을 발휘하는 것이 맞으며 그 과정과 결과를 보다 멋지게 만들기 위해서 협회가 나서서 우수건축자재추천제도를 시행한다고...

실제로 추천제도는 그 어느 인증제도보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최소한의 자재 물성을 보증받거나 조달청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KS인증서등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체의 입장에서 그런 인증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영업력의 확대와 매출증대로, 인증서는 직접적인 매출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조건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추천제도는 완전히 다르다. 자재의 물성을 보증하기 위함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현실적인 검토를 해 본 결과 건축사들에게 사용해도 좋겠다는 추천이다. 업체의 입장에서 매출증대가 이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건축사들도 우수한 자재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관계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 역시 틀림없다. 자재선택의 최종 판단은 건축사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보다 쉽게, 보다 정확하게 자재를 결정할 수 있다면 우리가 건축도서에 자재명칭을 표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일단 표기된 내용에 대해서는 그 어떤 건설회사인들 건축사의 동의없이 함부로 바꿀 수 없다. 또한 그와 관련하여 많은 업무형태가 바뀔 것이다. 자재선택권을 되살리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우선 선두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사회의 동의를 얻고 2010년 전시회 참가업체의 신청을 받아 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에 들어갔다. 공인인증서 첨부를 전제로 인증서(5점), 친환경소재(15점), 신기술제품(5점), 성능(20점), 경제성(20점), 시공성(5점), 내구성(10점), 공급성(5점), 기업건전성(5점), 산업대전기여도(10점/으)로 평가하였고 우수한 점수를 받은 로이(Low-E)단열재를 1차 선정 후 15일간의 공람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하였다. 종합평가는 우수한 친환경제품으로써 단열성능과 경제성 그리고 시공성이 뛰어나며 특히 기존 스치로폼 계열의 단열재에 비해서 약3배의 효과가 뛰어나 단열재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긍정평가를 받았다. 그 외에도 외국에 로얄티를 지불하고 있는 기존 단열재들과는 달리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되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다음 과제는 본격적인 추천업체 선정에 대한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상시 신청을 받고 그때마다 심사하는 것이지만 이는 해당업무인력 확보나 제도를 홍보하는 과정등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이미 실패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생각하는 방법이 전시회를 활용하는 것이다.

먼저 기존의 추천업체는 협회와 서약한 규정을 준수하며 자사의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서 다양한 홍보전략을 펼칠 것이다. 이 내용들은 모두 협회의 자료로 등록되어 다시 전시참가사와 추천신청업체의 모집에 활용된다. 이렇게 모집된 업체들로 한국건축산업대전이 개최되고 여기서 심사를 한다. 심사는 2그룹으로 진행하면 좋겠다. 첫 번째 심사그룹은 협회에서 선정한 심사위원회 위원들이고 두 번째 심사그룹은 바로 일반회원들이다. 물론 희망자에 한하거나 심사참여 회원에 대한 별도의 혜택등을 검토해 볼 수 도 있겠으나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회원이 직접 추천자재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추천제의 가치를 보다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시회 참가사는 건축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제품설명을 할 것이고 회원들은 심사와 동시에 건축자재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선정된 제품을 대상으로 전시회 종료 후 보완심사와 공람과정을 거쳐 최종 추천자재로 선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시회 형태를 벗어난 전혀 새로운 전문전시회이며 전시회 자체가 건축자재 심사평가회로 바뀔 수 있는 획기적인 전문가 행사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이보다 좋은 행사는 없다는 생각이다.

건축시장은 축소와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고 우리의 업역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중 하나의 돌파구로 찾은 것이 건축사의 자재선택권 회복이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자재선택권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면 확신컨대 그것은 긴 동굴을 빠져나가는 큰 횃불이 될 것이다. 그 횃불을 만들기 위해서 자재추천제를 시행하며 산업전시회를 새로운 모습으로 개최하려 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레퍼런스피(Reference Fee)제도, 한국형 스위치 카달로그의 제작 등 발전시켜 활용할 내용은 너무도 많다. 자재추천제는 그저 작은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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