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간 빚어온 건축계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제도와 정책이 있다. 아쉬운 점은 제도와 정책 한가운데로 들어간 건축계 인사들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정치에서 해결한다. 그것이 바로 국회 등 각종 입법부의 역할이다. 우리 건축사들의 업역인 건축설계 산업을 대변할 입법부의 존재가 미미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도 아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최초의 건축사 국회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재선되었다. 한 개인의 성과를 넘어서서 건축계 전체가 지지하고 응원할 성과다.

물론 건축사 출신이라고 해서 건축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는 없다. 특정 단체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사이기 때문에 우리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경우에는 다양한 입법행위가 가능하다. 건축사들의 요구가 국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공중의 이익과 공공을 위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사실 우리 사회에서 건축은 국가적 가치의 대상에서 한층 밀려나 있었다. 그동안 건축사 시험의 질적 저하며, 건축 대학의 장기적 계획, 건축사 시장 운영, 설계대가 논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건축 산업 지원과 관련해 종합적 조직과 계획이 미비한 상황이었다. 입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들은 개별적으로 접근해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종합적 전략과 마스터 플랜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위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각인된 건축의 인식도 문제다. 건축은 토목에 밀리고 건설의 일부로 여겨져왔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지식 창조 산업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건축 설계 산업은 가시적 크기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입법부와 행정부가 건축설계, 건축사 산업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건축사가 아닌 남이 그것을 빨리 얼마나 해주겠는가 하는 점이다. 지차체나 국가기관에서는 설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예산에 공사비는 산정해도 설계비는 아예 넣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끝없이 요구해왔지만 제도와 법령이 미비해 실행되고 있지 않다.

결국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 활동이 바로 건축사들이 각종 입법기관에 진출하는 것이다. 건축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도의원, 시의원이 되어야 한다. 각 지자체와 국회에 진출해 우리 사회에서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전략과 비전을 담아낼지에 대한 방향을 입법화 또는 조직화해야 한다. 그런 활동 없이 우리가 알아달라고 소리치고 외치기만 한다면 어린아이 응석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문제의 방향을 쫓다 보면 항상 제도와 정책에서 막힌다. 결국 법과 마주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건축사들이 입법부에 참여하는 일이 힘들겠지만 적어도 정책에 대한 고민이나 창의적 발상을 돕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다음 선거에서는 다수의 건축사들이 지자체나 국회에 진출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