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건축사에게” 인지되도록 법제도적 장치 선행돼야

광고, 드라마, 영화 같은 매체에서 ‘건축가’는 주로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독특한 개성이나 기발한 생각으로 일상생활공간을 의미 있고 감동적으로 만드는 사람으로 표현되는데, 이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건축가’라는 단어가 점점 건축이외의 분야에서도 “작가의 본능으로 예술에 가까운 무언가를 실물로 구축하는 사람”의 의미로 쓰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인테리어 시공이나 가구제작 등 건축의 한 부분이지만 전체라고 볼 수는 없는 분야에서 건축전체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할 때 “이정도 범위 내에서만 공사하는 것은 건축사 없이도 할 수 있다”, “건축사의 도장만 있으면 건축허가를 득할 수 있다”라는 너무나도 간단한 논리로 스스로 ‘건축사’가 되는 과정이 없이 ‘건축가’가 되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종의 안전불감증으로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건축분야에 손쉽게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서 위험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은 결국 ‘건축사’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가여운 건축주다.

건축사 자격은 단지 인허가를 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건축사가 되기까지의 실무경험과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이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곧 건축사의 도장이며, 건축물이 이러한 책임감을 초석으로 만들어질 때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다. 책임감 없이 구축된 건축물들은 결국 사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지난 2018년 발생한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이다.

만약 공사 과정에 건축사가 법적으로 개입하였다면 피난동선과 소방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는 단계가 선행되었을 것이다. 한 푼, 두 푼도 아까운 공사 당시에는 건축사의 승인이 필수 요건이 아니어서 추가금액이 들지 않는 다행인 상황이었을지 몰라도 그 다행이었던 상황이 끔찍한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건축주는 비용만 지불하면 시공업자가 알아서 다해주는 것으로 알고 넘어가고, 시공업자는 경쟁업체보다 낮은 비용으로 일을 수주하고, 수주 후에는 정해진 낮은 비용 내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단계 중 “필수가 아닌”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거른 것이 기어코 사고로 이어졌다. 일련의 순서들에 건축사와 같은 전문 감시자가 포함되기만 했어도 참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축주들이 건축사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건축사의 승인여부는 경우에 따라 적용유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필수적 요건이 되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건축사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의 수호자로서 건축주에게 안전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시키고, 예방방법에 대해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예비 건축주들과 시공자들이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고, 국민들로 하여금 “건축은 업자에게”가 아닌 “건축은 건축사에게”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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