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함 속 웅장함, 비움으로 삶을 말하다

건축에 전시된 건축,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전(展) / 3D프린터로 탄생한 모형 건축작품들 이유리 기자l승인2020.01.02 11:4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을 전시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ZIP’. 80년 된 고택을 개조해 3년 전에 문을 열었다.

12일 서울 장충동 주택 골목의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ZIP’에 승효상 건축사(국가건축정책위원장)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건축학과 대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은 건축사가 30년 동안 쌓아온 작품활동의 성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승효상 건축사가 일 년을 공들여 준비한 전시다.

◆ 작가가 개조한 고택에서의 전시…
   3D 설계모형으로
   건축물 안까지 한눈에

이번 전시는 행사를 주최한 재단이나 건축사 개인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파라다이스ZIP’은 80여년 된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한 재생건축으로 승효상 건축사가 설계했다. ‘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공간의 가치가 중요하다’라는 평소 그의 신념답게 노후화된 부분을 수리하는 것 외에 본래 건축물이 가지고 있던 세월의 흔적을 최대한 살렸다. 페인트칠조차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 칠할지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주변의 아기자기한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개성있는 작품들을 품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개관 이후 재단은 미술 작품에서 가구, 보자기, 음악,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녹여냈다. 건축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희 파라다이스 ZIP 큐레이터는 “전시장 자체가 ‘승효상 건축사의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의 건축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순히 그동안 건축사가 만들어온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사가 의도한 공간을 포함해 그 속에 깃든 건축사의 철학,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느낄 수 있도록 승효상 건축사가 직접 배치에서부터 많은 부분들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공간’과 ‘어울림’을 드러내기 위해 3D프린터를 선택했다. 3D프린터로 만든 설계모형으로 건축물 안의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의 하얀 벽면엔 흑백으로 찍은 건축물 사진을 걸었다. 설계도면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덕분에 건축물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간 듯한 실제감을 확보했다. 세월이 축적된 공간 속에서 건축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건축물을 직접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공감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 대형사진과 설계모형으로 전시된 건축작품들. 3D프린터로 출력한 설계모형으로 건축물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 도면 없는 건축전, 비움과 삶 담긴
   작가의 철학과 어우러져

최근 건축계에서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는 재생건축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오래 전부터 승효상 건축사가 말해온 가치와도 상통한다. ‘모든 공간은 각각 다른 빛과 어둠의 조건을 가지며 공간의 형태와 크기도 각각이다. 독립적이며 다른 에너지를 품고 있는 그 공간 속의 회유, 삶은 그로써 풍요롭다.(전시장에 새겨진 글귀 중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이 자랑하듯이 진열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자신이 설계한 공간 속에서 삶을 상상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박성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아마 도면 없는 최초의 건축전이 아닐까 싶다. ‘비움’이라는 선생의 철학과 ‘공간’과 ‘삶’을 조명하고자 하는 기획의도, 공간의 분위기가 맞아 떨어졌다”고 말하고 “이번 전시가 다른 건축전에도 적용 가능한 역할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승효상 건축사의 2008년작 작품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 (사진=승효상)

승효상 건축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비엔나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오스트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건축사를 비롯해 대학교수, 서울시 총괄건축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수백당, 하양무학로교회, 사유원명정, 추사관 등의 작품으로 김수근문화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작가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현재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 동아대 건축학과 석좌교수, 국가건축정책위원장,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수상했다.

이유리 기자  leeyr87@nate.com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유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신문사소개광고안내광고문의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한건축사협회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317 건축사회관 9층 편집국  |  대표전화 : 02)3415-6862~6865  |  팩스 : 02)3415-6899
등록번호 : 서울 다 09707  |  등록연월일 : 2009년 5월 8일  |  발행인 : 석정훈  |  편집인 겸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성용
Copyright © 2020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