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정책 사례로 서울시 적용 방안 고민, 시행 기반 시스템 마련 및 성과 공유 필요성 제기

◆ 뉴욕시 지난 4월 ‘기후활성화법’ 통과
   2005년 대비 빌딩 온실가스 배출량 80% 감소안 등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서울시 에너지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빌딩의 온실가스 감축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토연구원 이정찬 책임연구원은 6월 19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2019년 제1회 서울에너지포럼’의 발표자로 나서 “그린뉴딜 정책 실현을 위한 효과적 루트로 빌딩의 온실가스 감축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 그린뉴딜 정책을 적용할 경우 관련 조례 제정과 함께 건축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실행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찬 책임연구원의 주장은 미국 뉴욕시 그린뉴딜 정책에 바탕을 둔다. 뉴욕시는 빌딩 온실가스 감축안을 그린뉴딜 정책의 주요 전략 중 한 가지로 채택하고, 중대형 빌딩의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최대 80% 감축하는 ‘기후활성화법’을 지난 4월 통과시켰다. 2013년 뉴욕시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가운데 ‘빌딩’이 압도적 1위(71%)를 차지한 탓이다. 뉴욕시는 빌딩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양을 줄이고자 기후활성화법에 관련 법안 10개를 담았다.

‘건물에너지·배출성능실’ 설립과 함께 빌딩의 연간 에너지사용량 평가 프로토콜을 확립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뉴욕시는 기존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건축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개·보수할 때 ‘지속가능한 지붕 구역(sustainable roofing zone)’ 설치도 의무화했다. 지속가능한 지붕 구역은 태양광 전기발전 시스템, 그린루프(녹색지붕) 시스템 또는 이 둘이 설치된 지붕을 뜻한다. 그린루프 시스템은 생육배지, 가공토, 여과포, 내장배수시스템 등이 결합된 지붕 조합물과 추가적인 경관시설물 또는 152mm 이하 초목으로 덮인 지붕 덮개로 정의돼 있다. 뉴욕시는 그린루프 설치에 따른 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주는 한편 그린루프 영향 등을 분석해 향후 정책 운용에 활용할 계획이다.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안도 포함됐다. 뉴욕시는 재생가능 에너지 시스템 설치 등을 위한 펀딩 프로그램을 실시해 건물주가 이행해야 하는 건물 개·보수 비용 등을 정부가 펀딩 프로그램으로 지원토록 했다.

뉴욕시는 그린뉴딜 정책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0만 톤 줄이고, 매년 녹색일자리 2만6천7백여 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연구원도 지난 5월부터 친환경·에너지전환도시를 위한 그린뉴딜 추진 방안을 연구하는 등 국내 상황에 맞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 대규모 에너지전환 사업으로 성과 드러내야
   독일, 건물 개·보수 시 저리 융자·세제혜택도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연구원은 미국의 그린뉴딜 정책을 서울시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에너지전환 정책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담론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성과를 공유할 필요성이 있는데, 등대 프로젝트(공공건물 에너지효율 리모델링)나 도시재생 지구 마을 등 사업 범위를 마을에서 동으로, 동에서 구 단위로 확대해 에너지전환,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건물 정책 등에 공공자금을 투자해 에너지 건축 설계 인력과 시공인력을 양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그린뉴딜 정책 시행 인력공급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기술과 역량을 갖춘 인력을 양성해도 좋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문제로 남았다.

◆ 신축보다 기축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높아
   온실가스 배출량 확인 시스템 마련부터 선행돼야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박진희 위원은 독일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바탕으로 서울시 건물에너지 정책 방향을 조언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독일은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건물 리모델링 시 비용을 정부에서 일부 부담하며, 융자도 저리로 지원된다. 독일은 해당 정책을 건물에 대한 일종의 투자로 바라보기도 하며,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건물 부문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한국에너지공단 최재동 녹색센터장은 그린뉴딜 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건물 부문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지만 그런 아젠다 만으로는 사업 성공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온실가스 감축안 시행도 결국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신축보다 기존 건축물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최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58.2%를 차지하여, 기축건물의 효율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높다”고 말했다. 또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수정되며 건물부문 감축목표가 약 2배 증가하는 등 건물부문 중요성이 증대됐다”고 덧붙였다. 건물부문 국가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6년 당시 18.1%에서 지난 2018년 32.7%로 강화됐다.

서울시 대기정책과 권민 과장은 에너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 건물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그는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이익이 나올 수 있는데도) 과거처럼 건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기회(부동산 투자 등)를 생각하는 게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라며 “상업 건물은 연식이나 온실가스 배출량 등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있지만, 우선은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확인해 개선을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1회 서울에너지포럼은 ‘도시형 그린 뉴딜과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3시간동안 진행됐다. 행사는 서울시와 서울연구원, 국토연구원이 주최하고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서울시에너지정책위원회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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