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 주도’ 생활SOC 사업 추진할 것”

전문가들 “지속가능성과 의견수렴 방안 고민해야” 임경호 기자l승인2019.04.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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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체육관·요양원 등 생활 인프라 대거 확충
보조율 상향조정 등 4월 중 발표 예정

정부가 ‘생활SOC 사업’의 중장기적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다가 취약점을 드러냈다. 지역주도형 개발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현장 의견 수렴이나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무조정실 생활SOC 추진단 김용수 부단장은 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생활SOC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전반적인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의견에 해명했다.
차영환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과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 김 부단장은 ‘생활SOC 3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생활SOC는 도서관이나 체육관, 어린이집, 노인요양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 인프라를 뜻하며 올해 정부가 집계한 SOC사업 예산은 8조6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지역주도, 중앙정부 지원’ 원칙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개발 사업에 따르는 수요 반영의 현실적 어려움과 공급 방식의 한계 등에 의한 지역 간 격차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부단장은 “중앙의 주도 아래 중심지 위주 사업이 단절적으로 추진됐던 전과 달리 생활SOC 사업은 지역에서 계획해 균형적이며 또 통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지역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공급 방식이 혁신되면 지역 활력을 끌어내는 마중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시설의 복합적인 사용을 촉진하고 학교 시설이나 부지 등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쌍방향플랫폼’ 구축도 다양한 지역 수요를 반영하려는 방안에 속한다. SOC 시설의 위치나 이용 방법 등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말까지 만들어 지역 주민의 참여 폭을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향도 제시했다. ▲활기차고 품격 있는 삶터 ▲따뜻하고 건강한 삶터 ▲안전하고 깨끗한 삶터를 목표로 공공체육 시설을 확충하거나 아이돌봄 환경을 조성하는 등 8대 핵심과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현행(‘17년 12월 기준) 406개에 이르는 수영장을 3년 내에 600여 개로 증설, 평균 접근시간을 22분에서 15분으로 단축하거나, 주민건강센터를 현행(’18년 12월 기준) 66개에서 향후 3년간 110여 개로 늘려 시군구당 평균 1개소를 둔다는 계획 등이 포함된다.
또 김 부단장은 재정 지원과 관련해 “복합화 시설 조성의 경우 한시적·제한적으로 보조율을 상향조정 하겠다”며 “어느 수준까지 올리는지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4월 중순에 상향 정도를 발표, 내년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시민 등
 
 “지속가능성·의견수렴 고민해야”
  
정부 “고민스러운 부분”

지역 주도형 개발 의지를 밝힌 정부 방침에 각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정부 사업으로 조성된 시설의 운영 책임을 지자체가 떠안게 되며 재정 문제 등에 따른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또 이 같은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기 위해 권역별 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김용호 부단장은 난색을 표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 참석한 염철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은 “과정으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 운영주체, 행정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왜 이런 시설이 필요한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시급하다고 원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도시 특성에 따라 생활SOC 공급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의) 생활SOC가 무엇인지 지자체별로 디비(DB)를 구축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공급보단 운영에 대한 방안을 찾고 주민참여 부분을 고민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위원은 “건립개소 문제에 개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감가상각 등을 내다본 운영 안정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인구감소 추세 등을 고려한 ‘양보다 질’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바탕으로 염태영 수원시장이 권역별 의견 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정부에 요구했지만, 김 부단장은 “계획을 짜면 예산이 반영돼야 하는데 (향후) 권역별 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 예산 배정 절차상 내년도 시행을 앞둔 생활SOC 사업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며 “지자체를 돌아다니면서 만날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내달 국회 예산심의 일정을 앞둔 탓이다.
이어 그는 지역의견 수렴 요구와 관련해 “지자체와 생활SOC사업을 추진한지 4개월 정도 됐는데, 그동안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전 지자체와 연결해서 4~5차례 회의를 거쳤다”며 “지자체별 수요를 받아서 각 정부 부처에 전달한 뒤 부처별 기준 등을 함께 고려해 대략적인 수요를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 부단장은 “(의견 수렴 절차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지자체가 내년에 생활SOC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서둘렀다”며 “최종적으로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에 집행되는 것이니 모든 수요는 심의 과정에 조금씩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정부는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단장은 생활SOC 사업으로 조성된 시설의 운영 재정과 관련해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설치 단계에서 최대한 지원하겠지만 운영 책임은 지자체에게 있다는 기본 전제는 바뀌지 않는다”며 지자체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임경호 기자  port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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