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에 고기 있어 맛난 비빔밥
섞어야 한 차원 높은 맛 창출
수상자들의 폭도 넓힌다면
보기에도 화합에도 더 좋을 것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 방탄소년단이 미국과 유럽에서 수십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공연을 마무리하고 24일 귀국하여 올림픽공원에서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들은 UN에서 유창한 영어로 감동적인 연설을 했을 뿐 아니라 외국의 젊은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한 점이 높이 평가 돼 이순재 같은 국민아버지와 함께 최연소 수훈(受勳)의 영광을 얻게 된 것이다. 이들이 파리에서 타고 온 비행기는 사주(社主) 일가가 말썽을 부려 국민들 눈 밖에 난 대한항공인데, 이들에게도 문화훈장감이 하나 있다.
88올림픽 전만 하여도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불고기와 갈비였다. 그것도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알려질 정도였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대한항공이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개발한 이후 지금은 다른 나라 항공사들도 기내식으로 채택하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한국인들만 들끓던 한식당들도 비빔밥을 먹기 위한 현지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한다. 가수 마이클 잭슨은 비빔밥의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비빔밥이 문헌에 나타난 것은 18세기 말 시의전서로 그리 길지 않지만 실제 역사는 그보다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여러 학설 중 농사지을 때 들에서 먹는 들밥에서 연유한 것과 제사음식을 같이 나누는 과정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빔밥을 ‘어지러히 섞는다’란 뜻의 골동반(骨董飯)으로 불린 것이 학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비빔밥을 화반(花飯), 즉 꽃밥 이라해 부른 것을 보면 18세기에는 완전한 하나의 음식으로 독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은 고막·낚지 등 쇠고기 대신 넣는 재료에 따라 특화된 비빔밥도 있지만, 정통은 밥 위에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진갈색의 고사리와 각종 버섯, 녹색 시금치와 청포묵의 흰색 그리고 계란과 쇠고기 등 오방색이 어우러진 비빔밥이다. 이는 예로부터 일러온 백화요란(百花燎亂)의 화반(花飯) 즉 ‘온갖 꽃이 불타오르듯이 찬란하게 핀 꽃 밥’이란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다. 그러나 비빔밥의 진면목은 보기에 아름답고 화려한 것이나 건강식이 아닌, 복합적인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비빔밥은 두 가지 맛이 제대로 나야 한다. 즉 다양한 재료 하나하나의 고유한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이들을 비볐을 때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참기름과 고추장이나 간장 같은 양념이 필요하다. 즉 이러한 양념들이 각 재료들을 엮어 고차원의 맛을 창출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빔밥은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음식인 것이다.
10월은 문화의 달이었다. 건축계도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와 더불어 건축의 날을 맞아 정부표창도 있었다. 면면을 보니 본부와 지역회에서 수고한 분들이 수상자였다. 모두 수상자격이 넘치기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건축사를 주제로 한 소설을 쓰거나 저서를 낸 분들, 봉사활동 등으로 건축사의 외연을 넓힌 분, 아키 엠과 같은 감리 앱 개발로 건축사의 편의성과 능률을 높인 분들도 비빔밥의 쇠고기처럼 수상자에 포함된다면 화반과 골동반이라 일컫는 비빔밥처럼 보기에도 좋고 화합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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