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없이 부당업무 조장하는 ‘고용노동부’?

제값 안주는 사회…고용·근로업무 관장
‘고용노동부 공짜인식’ 문제 있다

고용노동부가 분리발주 공사현장에 다수업체 혼재작업과 공종간 간섭으로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도입한 ‘안전보건조정자’ 선임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
   50억 원 이상 분리발주 공사 때 ‘안전보건조정자’ 선임토록 규정…
   자격에 ‘건축법 감리자’ 포함돼

안전보건조정자는 독일의 조정자(Coordinater)제도를 착안한 것으로 건설현장에서 여러 사업장이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 발주자 조정자(Coordinater)를 선임해 시공계획부터 시공단계까지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사항을 조정토록 하고 있다.
올 4월 18일 개정·공포된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의2(안전보건조정자)에 따르면 발주처는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와 그 밖의 건설공사를 함께 발주하는, 이른바 공사를 분리발주할 경우 작업의 혼재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키 위해 ‘안전보건조정자’를 건설공사현장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땐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올 6월 2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안전보건조정자의 자격, 직무 등이 규정되면서 ‘공짜업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해야 하는 건설공사 규모는 분리발주 공사금액의 합이 50억 원 이상으로서 자격은 ▶ 발주청 소속의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또는 공사감독자 ▶ 건축법,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감리자로서 해당 건설공사 현장의 감리책임자 ▶ 종합공사를 시공하는 건설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3년 이상 재직한 자 ▶ 건설안전분야의 산업안전지도사 또는 건설안전기술사 ▶ 건설안전기사로서 건설안전실무경력 5년 이상인 자 ▶ 건설안전산업기사로서 건설안전 실무경력이 7년 이상인 자이다.
또 안전보건조정자의 직무는 ▶ 분리 발주된 공사간의 혼재작업 파악 ▶ 혼재작업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성 분석 ▶ 작업간 간섭을 피하기 위한 작업 시기, 내용과 안전보건조치 등의 조정 ▶ 각 도급인의 관리책임자간 작업에 관한 정보 공유 확인에 대한 사항이다.
문제는 LH, SH 등 자체감리를 수행하는 공기업에서는 소속 직원이 자체감리를 수행하기 때문에 자격조건에 맞는 직원 혹은 내부기술자가 안전보건조정자로 선임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발주처에서는 대개 현장 감리자에게 겸직을 요구하거나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가기준도 없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정자의 업무를 감리가 겸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발주자의 추가적인 비용부담은 없다’고 명기돼 있어 대가없이 공짜업무를 강요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공짜인식’이 반영돼 있다.
더 큰 문제는 발주처가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하지 않을 때의 처벌조항(과태료 500만 원)은 있지만, 사고발생 시 업무과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안전보건조정자’ 도입 취지가 분리발주 건설공사에 대해 발주자의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인데,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리자가 ‘공짜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책임까지 떠안는 구조가 될 공산이 크다.
A건축사는 “부당업무를 강요하면서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는 정부의 공짜인식이 반영된 결과다”며 “공짜인식으로 인한 제값 안주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건축서비스산업 발전은 물론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정책법제팀은 “건축법에 따른 공사감리자가 안전보건조정자로 선정될 경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업무수행자에 대한 대가지급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가 없이 업무, 책임만 떠안게 된다”며 고용노동부 입법예고관련 건의문을 7월 12일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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