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환경이 앞으로는 건축물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해요. 이 점이 건축정책에서도 가장 우선시 돼야 하죠. 지금까지 건축사의 중요한 역량이 창의성·기술력이었다면, 앞으로 사용자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이 신뢰·만족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 희생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제해성 제4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이 행복한 건축’을 위원회 활동목표로 내걸었다. 정책의 큰 줄기도 ‘좋은 건축, 아름다운 국토, 행복한 국민’이다. 건축을 실제 이용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국민이기 때문에 건축의 주인공도 바로 국민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손쉽게 집을 짓고, 고칠 수 있는 건축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모든 정책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추겠다는 제4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행보가 관심이다. 2월 1일 출범해 5월 11일로 꼭 취임 100일을 맞는 제해성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봤다.

Q. 건축기본법이 2008년 6월 시행돼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출범 4기를 맞았다. 이번 4기 위원회가 내걸고 있는 최우선 정책은 무엇인가?

2016년 2월 1일자로 출범한 제4기 위원회는, 건축·도시·조경·디자인 등 전문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학계 및 업계 인사들과 함께 언론·법조계, 경제·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참여하여 이제까지 위원회보다 좀 더 폭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설립 목적이 국민중심의 건축정책을 수립하여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국정운영을 자문하는 것인 만큼, 이번 제4기 위원회는 앞으로 2년 동안의 활동목표를 ‘국민이 행복한 건축’으로 설정했다.
먼저 ‘국민이 안심하고 손쉽게 집을 짓고 고칠 수 있는 건축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자 한다. 국민들에게 어렵게 느껴져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며, 동시에 건축 관련 시장 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건축서비스산업 진흥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다.
특히 국민들이 편리하게 집을 짓고 고칠 수 있도록 설계부터 공사관리, 주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 지원이 가능해진다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또는 마을 재생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어 훨씬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국가예산으로 조성, 관리되고 있는 ‘국가 공공건축물 수급업무 합리화’가 있다. 한정된 국가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공공건축물의 원활한 수급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가의 자산인 공공건축물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이러면 공공건축물의 현황파악은 물론이고 중장기 수급계획 등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필요한 공간수요 예측이 가능해짐으로써 공공사업이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또한 이용자가 편리한 건축물을 조성함으로써 국가의 공공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의 중요한 거점으로 공공건축물이 기능해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건축포럼’을 운영하려 한다. ‘미래건축포럼’은 우리 국민이 더 나은 미래에 살 수 있도록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도시를 예측하고 새로운 기술변화에 따른 건축 분야의 미래 이슈를 공유하면서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 건축 및 도시공간의 비전은 앞으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건축기본법 제10조에 근거해 건축정책기본계획이 5년마다 수립·시행되고 있다. 2010년 발표된 1차 계획에 이어 이번 2차 국가건축정책기본계획을 최근 심의했다고 들었다.

제2차 국가건축정책기본계획은 종전의 연구용역 방식이 아닌 국건위, 국토부, 학계, 연구원, 업계 등 60여 개의 건축관계 단체(102명)가 참여하여 7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민관합동으로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지난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심의를 마쳤다. 현재는 대통령 보고를 준비 중이며, 보고를 마치고 나면 제2차 건축정책기본계획이 공고되고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Q. ‘국민이 행복한 건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과 건축주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어떠한 계획을 하고 있는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축행위와 관련된 제도는 건축법뿐만 아니라 관련된 많은 법에 흩어져 있으며, 이것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 또한 각기 다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집을 짓는 등의 건축행위를 하려 하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건축과 관련된 제도들은 곧 규제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같은 전문가들조차도 집을 지을 때 상당히 어려운데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이러한 어려움만 해소되어도 ‘국민이 안심하고 손쉽게 집을 짓고, 고칠 수 있는 건축환경’이 조성될 거라 본다. 사회가 복잡, 고도화되면서 안전·에너지·환경 등에 관한 법령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건축물과 관련된 관계 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건축 관련 규정의 통합이 필요한 이유다.
2015년 8월 건축기본법에 ‘한국건축규정’ 관련 조항을 신설하게 되었고, 올 2월부터 시행됐다. ‘한국건축규정’이란 건축물과 관련한 규정의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 관계 법령을 소관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통합하는 것으로, 조만간 한국건축규정은 정보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정보가 제공될 것이다. 앞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은 한국건축규정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보완하여야 하며, 필요 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계 기관의 장에게 개선·보완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건축규정’은 규제 투명성 확보와 관련된 것으로, 이것이 잘 운영된다면 불필요한 갈등이나 민원이 줄어 행정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규제체감도가 확실히 완화될 것이다. 이는 국민이 안심
하고 손쉽게 집을 짓고 고칠 수 있는 건축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Q. 국건위가 이제 곧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우리 건축정책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도약하기 위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과제는?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국민소득 2만 달러시대에 도달했고, 우리의 문화콘텐츠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과 도시환경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축기본법에 명시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기본적인 임무는 건축분야의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고 여러 부처에 나누어져 있는 건축물과 공간환경 관련 정책을 조정하여 효율적인 정책추진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건축이나 공간환경의 수준을 우리의 경제수준이나 문화수준에 걸맞게 높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건축에 대한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것은 정책 수립에도 반영돼야 한다.
먼저 사용자 중심의 건축환경이다. 이제까지 건축환경은 공급자 중심으로,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건축물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국민을 위한 건축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이는 건축정책에 있어서도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문화로서 향유할 수 있는 건축(환경)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건축은 기본적인 기능 충족이 가장 최우선이었고, 다음으로 경제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건축과 공간환경은 중요한 문화이며, 더 나아가서는 미래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국민들이 건축과 공간환경을 문화로서 향유하고 미래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건축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환경을 조성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Q. “국민이 행복한 건축”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건축사와 국민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사 및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건설기술이나 건축설계 수준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경제수준에 걸맞도록 건축·도시공간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제도나 예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건축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건축주는 공공의 발주처일 수도 있지만 우리 국민, 개개인일 수도 있다. 좋은 건축주, 즉 좋은 건축물이 무엇인지를 알고 좋은 건축물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비로소 우리 건축과 도시공간의 수준도 개선될 수 있다 본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좋은 공간,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고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그것에 대한 취향이 생겨야 하고, 이러한 어린이들이 자라서 좋은 건축물을 짓는 건축주, 좋은 공간을 요구하는 국민이 될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전문적인 건축교육뿐만 아니라 어린이,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좋은 건축주와 함께, 전문가인 건축사에게는 사용자(국민)에서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 된다. 이제까지는 건축사의 중요한 역량이 창의성이나 기술력이 강조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건축물 또는 공간의 사용자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이 신뢰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과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을건축사와 같이 지역 현장에서의 활동부터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까지 많은 노력과 시도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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