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개정 행정예고
단열재 이음 부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 및 시공기준 필요
한옥 및 생태건축물, 성능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
단열기준 강화 추가비용 명시하지 않아 국민들 판단근거 없어

건축물 에너지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단열기준을 강화하는 정부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개정이 현재 자재 및 공법 기술수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월 1일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설계기준에 해당하는 단열기준을 기존 대비 약 25%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는 2017년 패시브건축 의무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지난 2009년 '녹색도시. 건축물 활성화 방안 로드맵' 구체화의 일환이다. 로드맵에 따라 에너지성능이 개선된, 이른바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에너지성능을 2017년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단열성능을 높이기 위한 단열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개정안이 건축물 에너지 효율은 높일 수 있지만, 반드시 파생되는 공사비 상승 등 사회적 비용과 강화되는 단열 기준을 뒷받침할 기술수준 고려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수시로 바뀌는 정책 때문이다.
◇ 공법상의 문제 해결돼야, 현장 목소리 경청 필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건축물은 외단열시스템을 적용한다. 외단열시스템이 내단열시스템에 비해 단열성능이 뛰어나고 건축법령에 따라 바닥면적 산정 시 단열재 부분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단열 토탈공법(일명 드라이비트)이나 외벽을 석재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외벽 석재마감의 경우에는 현재의 단열재 두께 기준(약 120mm)하에서도 석재고정용 철물의 길이가 길어지는 등 시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축사는 "2025년 제로에너지 주택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단열기준 강화가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단열재 두께, 밀도가 증가하는 것만큼이나 이것을 부착할 수 있도록 공법상의 문제 등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며, "단열재의 설치공법 및 자재성능 향상 개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단열재 설치공법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열손실의 영향이 큰 요인들에 대한 상세한 설계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관계자는 "단열재 이음 부위에 대한 기준은 '최대한 밀착하여 시공하거나'라는 식의 정성적인 기준이나 '단열성능 저하가 최소화되도록 하며' 등의 방법이 아닌 결과를 규정하고 있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구체적인 설계 및 시공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생태건축(자연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축)"을 적용한 건축물 같은 경우는 별도의 단열기준을 수립하거나, 수립될 때 까지 열손실방지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무소 관계자는 "한옥과 같은 전통건축물 및 생태건축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단열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나 기관이 전무한 상태로 성능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 공사비 상승은 필연, 연간 5,000억?
공사비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바닥면적 3,000㎡ 건축물인 경우 외벽, 바닥, 지붕의 단열재 비용만 1100만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2014년 한 해 동안 건축허가건의 연면적 합계가 138,049,540㎡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약 5천억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된다"며, "강화된 열관류율을 충족하기 위한 창호비용 증가와 시공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제도개선 절차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건축사는 "개정안에 첨부된 규제영향분석서에는 단열기준 강화에 따른 추가비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데, 국민들이 볼 때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법령이나 기준 개정안을 마련하려면 철저한 비용편익 분석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개정안 공고 후 비용분석이 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