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하자 유형은 ‘누수 결로, 소음·진동’
설계·시공 단계 모두에서 품질관리와 원인 분석 필요해
제도 보완, 실무자 교육으로 사전 예방 체계 마련 중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하자분쟁은 입주민과 시공사, 관리주체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해마다 접수 건수가 늘고 있다. 방수 불량에 의한 누수, 결로, 소음·진동 등 하자 유형은 피해 사례마다 원인과 책임 소재가 달라 조정 과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는 이러한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건축, 설비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자 심사와 분쟁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조정 과정에서는 사안의 객관적 검토뿐 아니라 이해당사자 간의 조율과 합의 유도 역시 중요한 과제로 다뤄진다.
정태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장은 “조정도 필요하지만, 애초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계나 시공 단계에서의 부실, 그리고 입주 이후 관리 미비 등이 반복적인 분쟁의 주요 원인이라며, 각 단계에서의 협업과 점검이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 위원장은 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더불어, ▲실제 조정 사례와 제도적 쟁점 ▲실무 개선을 위한 방향 등을 짚었다. 하자분쟁을 줄이기 위한 대한건축사협회와 위원회의 협력 방안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Q.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정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위원회는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해 2009년도에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설치되었으며, 법률, 건축, 설비 등 각 분야의 전문가 60인의 위원과 사무국으로 구성돼 공동주택의 하자분쟁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기능은 하자심사, 분쟁조정, 분쟁재정으로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하자심사는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나 하자보수 등에 대한 입주자와 사업 주체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며, 셋째, 분쟁재정은 하자와 관련된 분쟁을 재판에 준하는 절차를 통해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제도입니다.
위원회 업무 수행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위원회는 객관적 사실과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하자를 판정하거나 적정한 보수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분쟁조정의 경우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상호 양보를 통해 합의에 이르도록 적극 지원하며,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Q. 다양한 사람들이 얽힌 분쟁이다 보니 사건을 정리하거나 조정하는데 어려운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위원회에서 사건을 다루시면서 특히 복잡하다고 느꼈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자분쟁은 입주자, 사업주체, 시공사, 관리주체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대규모 단지에서 수백 세대가 단체로 신청하는 사건은 하자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 정도와 요구사항이 상이해 복잡성이 높습니다.
최근에 기억나는 사건으로는 소음·진동 관련 하자분쟁 건입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운행 소음, 지하주차장 램프 입구의 트렌치에서 발생하는 차량 충격소음, 지하층 배수펌프의 소음·진동 등입니다. 입주자는 소음·진동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나 시공사는 설계도서대로 시공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건들입니다.
건축사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세심한 고려를 해야 하며, 시공사는 단순히 도면대로 시공했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입주민의 피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경우 조정 등을 통해 시공사로 하여금 최선의 소음·진동 저감방안을 세우게 해 입주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위원장님께서 판단하실 때,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이나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하자분쟁은 누수 또는 결로라고 생각합니다. 누수는 옥상 또는 세대 내 방수공사 부실, 외벽 균열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는 건실 시공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결로의 경우 설계 미비인지, 시공사 과실인지, 입주민의 유지관리상의 문제인지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결로 하자분쟁에 대해서는 도면검토와 시공실태 조사, 실내 표면온도 측정 등 보다 세심한 현황 분석을 통해 하자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500세대 이상인 대단지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결로방지를 위한 성능기준에 적합해야 하므로 결로 문제가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하의 중, 소규모 공동주택에서는 여전히 결로로 인한 하자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결로방지 성능기준 검토 대상을 500세대 이하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실제 조정사례를 통해 봤을 때, 분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실무단계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하자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의 철저한 품질관리, 그리고 입주민과의 소통강화라고 생각합니다.
누수, 결로, 마감재 불량, 창호주변 사춤미흡 등 대부분은 예방이 가능한 하자들입니다. 하자발생 개연성이 높은 부위는 설계도면을 상세화하고 성실 시공과 감리를 통해 품질확보를 해야 합니다.
또한, 입주전 사전방문 제도를 통한 하자 확인 및 보수요청으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입주 후에도 입주민과 사업주체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협의해 나간다면 하자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Q. 끝으로, 위원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전반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방향이나 건축 관련 분야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실무자 교육이나 제도개선 등에서 협회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동주택 하자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은 ‘사후 분쟁해결’이 아닌 ‘사전하자예방’이라는 인식을 모두가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입주민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시공사도 신뢰와 경쟁력을 쌓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설문화의 정착입니다. 성실한 설계와 시공 그리고 철저한 감리를 통해 고품질의 공동주택을 건설해야 합니다. 또한 입주민은 최근 하자 문제를 기획소송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위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하자보수가 우선임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원회와 건축사협회는 실무자 교육과 제도개선 등에서 함께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우선, 위원회의 하자판정 기준 및 사례집을 통해 하자발생 빈도가 높은 공종에 대한 분석 및 대책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축사 실무교육 프로그램의 공동개발 및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원회와 건축사협회가 함께 노력하며 국민들이 보다 쾌적한 공동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내려받기=하자심사 분쟁조정 사례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