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정전 HBIM과 의정부지 디지털 복원,
전통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 변화 맞춰 새롭게 추진
문화유산 보존은 미래 세대가 그 가치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전승 위해 튼튼한 기반 돼야
BIM‧XR‧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 활용해,
국가유산 체계적 보존과 활용 방안 마련 필요
한옥 설계 및 문화유산 복원 전문가인 박진홍 건축사(희우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주,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우리 문화유산이 시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전통건축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묘 정전 HBIM과 의정부지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는데, 그는 전통 건축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종묘 정전, HBIM을 통한 체계적 유지관리 기반 마련
국가유산청 산하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2021년부터 분산 관리되던 문화유산 수리 이력을 하나의 3차원 유형으로 통합 관리하기 위해, 국보와 보물 건조물 문화유산의 HBIM(역사적 건축정보모델, Historic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본 사업의 일환으로 ‘종묘 정전의 수리 이력 DB 구축 및 HBIM 유지관리’ 용역을 수행한 박진홍 건축사는, 국가유산 해체보수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기존 BIM 모델을 검토·업데이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종묘 정전의 조선시대 증축 및 수리 기록 조사와 가치 평가 근거 확보 ▲근현대기 종묘 보수 이력의 분석 및 정리 ▲보수 공사 현장 실측 조사 및 데이터 구축 ▲BIM 모델 업데이트 및 유지관리 보고서 작성 등이다. 특히 기존 BIM 모델을 분석해 보완점을 찾고, 해체 실측 조사를 반영해 정전의 시기별 증축 과정에 따른 부재의 형상과 결구 등의 특징을 명확히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는 “수리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 문헌 자료와 실측 조사 결과를 비교하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확인하고 BIM 모델에 반영하는 것은, 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이러한 방법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적극적으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의정부지 디지털 복원, 역사적 고증과 첨단 기술의 융합
의정부지(議政府址)는 경복궁 광화문 앞 육조거리에 조성된 조선시대 관청 중 가장 위상이 높은 공간이다. 2016년 ‘의정부 터 정비 및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연구’를 시작으로, 2016∼2019년 본 발굴을 통해 건축 유구가 전면적으로 확인됐고, 2020년에는 사적으로 승격 지정됐다. 이후 정비를 거쳐 지난해 9월 의정부 역사유적광장이 개장했다.
의정부지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는 건축의 원형을 찾는 동시에 XR(확장현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역사 유적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 진행된 ‘의정부지 디지털 복원 기본계획·설계’ 결과를 바탕으로, 현존 유구 및 자료의 고증 가능 여건을 검토하고, 향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디지털 복원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디지털 윤리의 관점에서 고증 정도에 따라 모델링의 표현 수준을 구분해 일반인이 자칫 실제와 혼동하거나 왜곡해 인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발굴 유구와 실물 자료 등을 최대한 반영한 디지털 모델을 통해 유적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복원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박진홍 건축사는 “의정부는 근현대기를 거치며 자료가 소실되고 주변 환경도 변화해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고증 자료와 분석 정도에 따라 모델링의 표현 수준을 구분하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다양한 안을 제시하는 등 복원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까지 이해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정부 전체 복원안에서는 주요 건물의 월대(月臺; 조선시대 의식 등 행사를 위해 주요 건물 앞에 두는 넓은 기단) 형태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현재 개장된 역사유적광장 정비안 외에도 연구진이 월대의 성격을 규정하고 유사 사례(종친부)를 참고해 고증한 제2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디지털 자료는 향후 조성될 의정부 역사유적광장 디지털 안내센터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역사적 공간을 더욱 생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 전통과 현대 기술의 접목, 지속 가능한 국가유산 보존
박진홍 건축사는 전통의 보존과 현대 기술의 활용을 병행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확장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종묘 정전 HBIM과 의정부지 복원 작업 모두 전통과 현대 기술이 조화롭게 융합된 사례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가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과 디지털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련 기관 및 연구자들과 협력해 보다 발전된 방식으로 국가유산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은 역사적 산물이자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 문화유산의 보존은 미래 세대가 그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바탕입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 방안을 모색하며, 다양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